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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Nov 23. 2024

겨울나무처럼

겨울나무처럼  


뼈마디 앙상 남아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서서

고요히 생각에 잠긴 너는

여름날 한때 생의 자랑이었던

크고 무성한 가지의 잎들과 꽃들과

잠시 이별을 하고

세월의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그 자리를 어엿하게 지키고 있구나.   

  

나도 너처럼

고독에 시린 밤

차디찬 달빛 하얗게 쏟아질 때

우리 집 뜨락의 보잘것없는

작은 꽃밭에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련다.

엉엉 울면서라도 보이지 않

매서운 추위에 맞서 보련다.


부산한 세상, 휘젓는 바람으로

몇 안 남은 추억마저 다 지워버린

겨울,

봄의 속삭임조차 들리지 않는

이 회색빛 계절에

내 가슴속에 연둣빛 생명을 품고

봄을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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