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당신의 내일이행복하기를)
요즘 MZ세대 이하는 연애나 결혼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엔 연애 보다도 신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내 지인 중에 한 명도 모태솔로이자 독신주의자로 골드미스를 유지한 채 혼자 살고 있는데, 매우 자유롭고 행복하게 솔로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경제적 조건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신혼부부들을 위한 전셋집 마련조차도 쉽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당장 몇억을 넘나드는 비용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것도 백번 공감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많이, 또 깊게 해봐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 뜨거운 사랑도 해보고 눈물겨운 이별도 해봐야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전까지는 내가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느 지점에서 화가 끝까지 올라오고 감정이 바닥을 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K는 평소엔 주변사람들에게 너무도 상냥하고 완벽한 사람인데 연애만 하면 남자친구에게 이상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린 시절 바쁜 엄마로 인해 불안정 애착을 겪었고, 그 애정결핍의 심리상태가 남자친구에 대한 집착으로 전이되었던 것이다. 그가 수시로 전화를 해주지 않으면 떠날까 봐 늘 노심초사하는 자신을 깨닫고, 그제야 나 자신을 좀 더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상대자로 따뜻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섬세한 남편을 고르는데 주력했고, 덕분에 지금도 아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을 잘 파악한 사람들이 결국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것 같다.
나는 사랑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 그 총량을 다 채우지 못하면, 결혼 후에 아이돌에 꽂혀서 살거나 뜻하지 않은 외도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실제로 빈번하다.
나날이 이혼율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 본다면 결혼은 반드시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결혼 후, 쓸데없이 뒷북치기 싫다면 지금.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기를.
사랑을 하다 보면 그 유효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안정애착으로 향하는 연인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유효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유난히 사이가 더 안 좋아지는 커플도 있다.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결국 그 종착지는 이별이다.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는 더 이상 서로 노력할 의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한쪽이라도 이어나가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절대 쉽게 헤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미련조차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부디 떠난 그 사람에게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혹시나 했던 불안감은 결혼 후에 역시나 마찬가지인 경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 그 사람이 나로 인해서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 전에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늘 잦은 다툼이 있었다면, 결혼 후에는 더욱 크게 불거질 확률이 높다.
연인들은 서로 잡아놓은 물고기 상태에서는 굳이 애쓰지 않기 때문에, 두껍게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지면서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가족들끼리 서로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치와도 같았다. 이론적으로는 더 노력하고 위해주면서 사는 게 맞는 얘기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게 살아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젠 서로가 많이 애쓰지 않아도 이별이 두렵지 않을, 법적으로 묶여버린 '부부'라는 단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나 역시 씁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결혼 전에 상대에게 최악의 순간을 다 대입해 보길 권한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쳐도 내가 과연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 만약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인지는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잦은 파도에도 밀려나가지 않게 된다. 그렇지 않고 위태로운 믿음과 사랑이라면 그 결말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상황들을 다 대입해 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이라고 판단되면, 그렇게 그와의 헤어짐이 두려워진다면 그제야 법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리고, 혹시나 행복한 비혼을 선호한다면 난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워낙에 시대가 많이 변했고, 예전처럼 꼭 결혼을 해야 하는 세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도저히 누군가와 함께 살지 못할 것 같고, 타인에게 맞춰주는 성격이 못된다고 판단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다가 실버타운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나는 그 또한 존중한다.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당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인생이 아닐까. 오늘도 당신의 행복한 인생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