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우리가 결혼하고 떨어져 지내던 순간이 말이야
나는 그렇게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도망치듯 나와서
친정에서 간신배 생활을 하고 있었고 당신은 시댁, 그곳에서 정리를 하며 잠시 떨어져 시간을 보냈던 우리-
그 기간이 한 2주? 였던 거 같은데 체감상 2달은 넘었던 거 같았어. 말이 친정이지 그 상황이 불편했고 나도 그렇게
도망치듯 나왔으니 마음이 좋을 리 없으니까-
우리가 2주 만에 합칠 수 있었던 건 내가 가계약 걸었던 그 집을 그때가 최대한 빨리 들어가게 된 거였으니까
그날만을 기다렸어 비록 보증금 1000에 월세 30만 원
큰 대문 안, 2층 집에 1층 셋 간 문 열면 부엌 그리고 방 두 칸
요즘은 뭐 아파트 아니면 신혼 살이 시작을 안 하려고 한다는 어느 뉴스 기사를 봤는데 솔직히 믿지 않았어.
지금도 믿기지가 않고 물론, 이런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도 않겠지만 그때 나에겐 이런 허름한 집조차도 우리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이고 큰 꿈이었는지 몰라
처음 당신이 당신의 본가가 아닌 우리의 진정한 울타리가 되어준 우리 집을 온 첫날 기억나-
그 집을 들어와서 보곤 많이 실망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게 보여- 속으로는 그럼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걸 바란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분명 시간이 지나면 좋아해 줄 거라 믿었지.
그 믿음은 점점 현실이 되어갔어 당신도 우리만의 공간, 우리만의 생활을 편안해하며 좋아하기 시작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추억도 행복도 많이 쌓았던 순간은 없었던 거 같지?
그 좁디좁은 부엌 겸 거실에서 당신 지인들과 나의 지인들이 함께 모여 우정도 쌓고 사랑이 꽃 피기도 하며 새해고 연말이고 때론 가족보다 더 찐하게 인연을 나누며 세월을 보내기도 하고 말이야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돈 있으면 돈 있는 대로 누구 하나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며 사랑해 주며 보호해 주며 다신 쌓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며 추억의 재산을 붓고 만들었던 방 두 칸 그 집-
거기서 우린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러면서 화해하는 법도 배워나갔고, 서로 싫어하는 것 하면 절대 안 되는 것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면서 조심하고 위해주고 조금씩 아이와 함께 부부로써 부모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게 되었지 -
그 집에 비하면 몇 배는 넓고 쾌적한 집에 살고 있는 요즘이지만 왜 그때보다 더 행복하지 않고 더 만족하지 못하고 더 추억을 쌓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까? 세월이 흘러서? 시간이 달라서?
점점 바라는 욕심이 많아져서 라는 생각이 팍 떠오르네
그렇다고 나는 허허 하하 하며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거 맞지만 그렇다고 세상 끝까지 쫓아간다고 쫓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도 맞고.
이런 현실이라 그때처럼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더 추억에 살지 못하고 더 만족감이 없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으며 살지 못하나 봐.
근데 중요한 건 그것도 아주 중요한 건,
울타리가 넓어지는 거보다 더 중요한 건
끊어지지 않고 단단하고 굳건하게 커지는 게 가장 제일
중요한 거 맞지? 우리 그건 절대 잊지 말자
그럼 그때의 행복이 조금은 다시 돌아올 거 같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