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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Nov 13. 2024

[12] 상상임신

겁도 없었지?

아님, 옆에서 육아를 함께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 줄 몰라서 그랬는지 암튼, 아들을 낳고 키우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부터 연년생으로 바로 둘째를 낳고 싶어 했잖아

맞아, 그 쌍둥이 보다 힘들다는 연년생 육아! 차라리 쌍둥이 육아가 낫다는 그 연년생의 육아를 나는 원했지


그렇지만 뭐 생명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절대 아니잖아.. 정말 그렇더라고 생각만큼 둘째는 찾아오지 않았고

점점 연년생 터울은 마음에서 놓고 기다리기로 했지.


그래도 뭔가 느낌이 이상하더라고.

이쯤이면 뭔가 이루어질 법도 한데 너무 뭔가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거야. 하나도


조급해졌어. 그리고 사실 첫째를 축복으로 너무 자연스럽게 빨리 얻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둘째는 너무 원하는데 너무 안 생기는 거 같은 거야 원하는 마음에 비해 너무너무 소식이 없으니 애가 타고 미칠 것만 같았지.


거기다 그때쯤 주변에서 조리원 동기들의 둘째 임신 소식들이 여러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으니 아마 내 속이 속이 더 말이 아니었을 거야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서 병원에 찾아갔지.

맞아 우리 아들 낳은 그 산부인과로 곧장 달려갔지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니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

출산하고  전에 비해 살이 많이 찌지 않았냐고도 물으시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고 호르몬의 문제가 생겨 임신이

어려운 거라고 하셨잖아. 너무 절망스러웠지.

그래도 다행인 건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거였지


배란 주사를 맞아보자고 하셨어.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같은 시간에 맞는 게 좋다고 하셔서 정말 같은 시간 지키며 가서 맞으며 노력하던 차에 테스트기 두 줄이 보인 거야.. 너무 좋아서 바로 당신에게 말했지-

그러곤 병원으로 달려갔지


토요일이었고, 긴긴 기다림 끝에 선생님을 만났고 테스트기 두 줄이 나왔다는 나의 말에 초음파도 보고 피검사를 해보자고 하셨고 검사 후 다시 만난 선생님 얼굴이 이상했어.

응? 왜 그러시지 싶었고, 임신 맞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지. 분명 두줄이 보였다고 사진 찍은 것도

보여드렸지.  아니라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어.

하지만 초음파도 피검사 수치에서도 아니라고 나온다며

확실히 임신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며 테스트기는 불량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이셨지


이런 게 상상임신 인가.. 싶으면서 아주 허무하고 허탈하더라

그렇게 나는 더 집요해졌어. 매일 아침 소변으로 테스트기를 해대며 색으로 예민하게 체크하고 그 색으로 하루의 기분이 좌지우지되고 당신에게 원하고 요구하고 당연시하고 점점 당신의 의견보단 나의 강요만이 있던 것을 인정할게. 미안해


너무 다행인 건 당신과 내가 그러한 겉궁합과 속궁합들이

맞았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같이 살 수 있었고 그랬기에 지금 우리 곁에 딸아이가 있는 것이고 그러니 완전체 네 가족이 될 수 있던 것. 이 모든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네 명의 완전체가 되기까지 쉽지 않았고 온전해지고 굳건해지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우리 더욱 유연해지고 앞으로 더욱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완전체라는 걸 잊지 말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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