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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이 태격이

by 은조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 아는 친구 남매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리 많지 않은 인맥 속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듣는 말이 있다면 서로 그렇게 많이 싸운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말 하면 재수 없겠지만 그럴 때마다 아, 그렇죠 그렇죠 하면 맞장구는 쳤지만 속으로는 공감하지 못했다.

왜냐, 우리 집 남매는 싸우지 않으니까-


그. 러. 나

역시 말도, 생각도 정말 함부로 교만하게 해서는 안 되는 법.

그리고 그때도 어느 순간도 잘난 체하며 우리 애들은 안 싸우는데요?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요즘이다.


싸우기도 엄청나게 싸우고 하루종일 티격태격하니 말이다.

이렇게 쓰면서도 피 터지는 치열함 보단 조금은 사이좋은

바탕에 싸움이 깔려있다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싸울 때 보면 아주 보통 험하고 다신 안 볼 사이처럼 다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쭉 패턴을 보니 보통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처음은 둘이 화목하게 놀기 시작, 그러다 어느 순간 기분이

안 좋아진 딸아이가 먼저 화를 낸다. 옆에 있는 아들은

아, 다시 할게- 이런 식으로 웃으면서 두세 번 정도 이야기하다가 딸아이가 뭐라고 한마디 하는 순간 같이 버럭-


거기서 딸아이가 울면 싸움은 이어지지 않고 끝나는 것이고 많이 화난 상태인 딸아이라면 같이 더 화를 내다가 둘이 말꼬리에 말꼬리를 이어가고 결국 어쩌라고 저쩌라고 나오면서 네 얼굴 내 얼굴 나오고 그러다 발치워 어쩌고까지 하고 나 면포통 딸아이가 입을 다물어버리거나 울면서 끝이 난다.


처음, 방법을 몰랐던 나는 중간에서 해결해주려고 했었다.

근데 그 방법이 좋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달은 순간부터는 기다린다, 둘이 해결될 때까지 중간에서 나는 답답할 수 있지만 둘의 화해의 최고 방법임을 알았으니 여유롭게 기다린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면 할수록 더욱 삐딱하게 나가던 아이들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그날그날 다르지만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말하는 걸 발견했던 것. 내가 미안해-


그럼 기다렸다는 듯 다른 한 명 아이도 미안하다고 하며 언제 싸웠냐는 듯 바로 풀리는 아이들 그러니 내가 굳이 기웃기웃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름 흐뭇하다. 그래도 둘이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구나 싶어서-


가끔은 둘이 나누는 이야기들 가만 들어보면, 아들이 동생 편막 들어주면서 맞장구 쳐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옆에서

안 듣는 척 듣고 있는데 그런 순간이 얼마나 재밌으면서도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둘 낳길 잘했다 하며-


학원에서도 아들과 딸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면 공부 잘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기분이 올라간다.


항상 남편이 말한다.

가족이 전부다. 가족밖에 없다.

아이들이 가족을 그렇게 생각하며 따라줘서 고마울 뿐이다

우리 부부가 잘해야 한다. 우리가 서로를 존중하며 화목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자동적으로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사이좋은 남매라고 알려주듯 저녁 밤.

아들이 먼저 잠꼬대를 발사- 평소에 잠꼬대와는 거리가 먼 딸아이도 이번만큼은 오빠의 잠꼬대에 맞춰 한마디 거 들어준 뒤 다시 아들 그리고 딸. 다시 고요해진 어둠 쏙 엄마인

내 얼굴에 미소가 씩- 지어진다. 자야지 나도 Z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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