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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팬티, 그놈의 바지

by 은조 Dec 12. 2024

음.. 살이 본격적으로 찌기 시작한 게 언제였을까?

아들이야 코로나 후였던 거 같은데 딸아이의 시기는 정확히 콕 집어서 언제라고 말을 못 하게 정말 야금야금 슬그머니 살이 차올랐다고 해야 할까? 얄밉게도-


뭐, 그렇다고 원래 빼빼 마른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딱 보기

좋은 보통 체격이었는데 이젠 꽉 차고 땅땅하게 보기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사실, 나는 아이들 살에 대해 뭐라고 하기 싫은 사람이다.

내가 너무 당했기에- 정말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나는 본격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넘어 성인까지도

집에서 살로 너무 들들 볶였었다.


당시 나는 지극히 평범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아빠 쪽 언니랑 동생은 정말 말라도 너무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기에 유독 내가 과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니 먹을 걸로 서러운 일을 많이 당했고 내가 먹으려고 하면 또 먹어? 하는 말과 때론 말하지 않아도 또 먹니? 하는 경멸의 눈빛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곤 했기에 치를 떨며 서러웠던 경험을 많이 했었기에 더욱 그런 말을 하기 싫은 사람이라 살과 먹을 것에 말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강에만 문제없도록 조절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딸아이의 살이 생활 속 큰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한 것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살이 찌면서 배가 나오니 팬티가 접히고 안쪽 사타구니 쪽에 면이 끼고 하면서 손이 자꾸 팬티를 빼내려고 하다 보니 선생님 눈에 여러 번 시선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걸을 때 똥 싼 거 마냥 어물쩍 걷고 하는 것이 신경 쓰이긴 했는데 그런 부분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게 되다 보니 나도 계속해서 그 부분을 예민하게 신경 쓰고 반응하게 되면서 딸아이게 반복해서 팬티 만지지 마, 바지 만 지지말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니 아이도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써보고자, 팬티를 큰 걸로 사주고 사각에서 삼각으로 또다시 사각에서 가장 큰 사이즈로 여러 번 교체해 주다가 속바지 중 가장 긴 것 그리고 큰 사이즈  아주 낙낙한 것으로 사주니 그런 문제는 좀 해결되는 듯했다.


한동안 손이 팬티로도 바지로도 가지 않으니 나의 지적도 아이의 스트레스도 줄어 가는 듯했는데 그런 문제가 해결되어 가니 이번엔 아침마다 바지를 입는 걸로 짜증을 내는 것이다.


아무리 팬티가 낙낙해도 바지를 입으면 팬티를 쪼이고 그럼 바지를 입는 순간 불편함이 느껴지고 그럼 짜증 폭발-

그래서 바지도 큰 사이즈로 사주고 했지만 큰 사이즈라고 해봤자 한계가 있지 않나? 평소엔 잘 입고 다니던 것도 어느 날은 입자마자 짜증 폭발. 거기선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성질 폭발-


입지 마- 입지 마-

샤우팅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아주 그냥


본인이 입고 싶은 거 고르라고 말한 뒤 방으로 들어가고 한참을 짜증 내던 아이도 스스로 진정되면서 다른 팬티를 고르고

다른 바지를 골라 입고 편안해진 얼굴로 나온다.


조금 뒤 딸아이 방으로 들어가 보면 팬티는 처음 입었던 그 팬티고 입고 나온 바지를 보면 맨날 입던 그 바지. 그래, 모르겠다. 맨날 같은 바지만 입고 다닌다고 해도 난 모르겠다~


퍼뜩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아,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었구나 싶었다. 아이가 편한 걸 줘야 하는데 내가 타인의

시선을 먼저 신경 쓰고 있었구나.

아이의 입장보다 특히 선생님이 아이를 어떻게 볼까 하는 걸

더 생각하고 염려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러니 미안함 싱숭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보낸 뒤 뭐라고 하고자 집안일을 시작한 뒤  설거지를 하며 생각해 본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한테 난 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만약 누가 나처럼 우리 아이한테 화냈다면 당장 쫓아가서

뭐 하는 거냐고 따질 수 있는 모습인데 그 행동을 내가 했구나.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또 있을까.


딸아이 빨래를 접고 딸아이 옷을 들고 방으로 가 정리를 하며 생각해 본다. 이제 전날에 입고 싶은 옷을 스스로 고르라고 해야겠다고 또 입었던 옷이든 또또 입었던 옷이든 본인이 편하다면야 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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