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결국 반성하며 쓰는 끄적임.
매번 아이들 에피소드를 쓰고자 할 때면 처음엔 그 상황이 재미있어서 시작하지만 써야 할 줄거리를 머릿속으로 쭉 떠올려보면 끝은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 더 반응을 잘해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생겨난다
어김없이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아들이 요즘 나에게 많이 하는 말-
엄마, 한마디만 더 할게요-
양치하다가도 할 말 있다고 다시 뛰쳐나오고 밥 먹을 땐 말을 하느라 숟가락을 입에 대지도 않을뿐더러 숙제하다가도 자러 들어갔다 다시 나오고 화장실에서까지 나를 부르는 것
성격이 급한 엄마라 한 두 마디까지는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거기서 조금 더 나간다 싶으면 그만 그만.
얼른 이거부터 해, 저거부터 먼저 하고 그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라는 그런 식의 반응이 나온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아쉬워하며 아들이 방으로 들어간 뒤 미안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지금처럼 이렇게 나한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러는지 아주
복에 겨웠구나-
저녁,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아들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미안함이 차올랐고 내가 너무해도 너무너무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끝까지 진심으로 아들을 대하리라 다짐했다.
아들은 학교 자신의 반에서 일명 ‘아나운서’라 불린다고 했다
국어시간, 긴 문장을 읽어야 할 때가 오면 선생님이 본인을 부르고 돌아가면서 읽던 것도 본인이 거의 다 읽는다며
불평 같던 말처럼 쏟아내던 아들 모습에선 한껏 올라간 어깨를 볼 수 있었다.
왜 돌아가면서 읽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본인이 실감 나고
생생하게 책을 읽어서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여달라고 말하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날 읽었던 내용인지 까먹지도 않고 술술술 자연스레 동화구연 하듯 생동감 넘치게 표현하는 아들 모습에 나는 말했다. 아나운서 인정-
그런 말들을 들으니 아들의 말이 너무 많고 수다스러움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 그러고 보면 아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할 때도 일명 무슨무슨 사건이라고 스스로 제목을 붙여 호기심을 자극하며 집중하게 만들었고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게 하며 끝엔 꼭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매일 저녁 오늘은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을 때가 많아졌다. 그럼 신나 하며 그 오동통한 입에서 이야기가 쉬지 않고 나올 때면 내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시선, 그것이 중요했다.
그 재능을 학교에서 선생님은 잘 살려주셨고 닉네임까지 지어주시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셨는데, 엄마라는 사람은 단지 그것을 말이 너무 많이 많다고만 느끼고 감정 없이 대했으니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밖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 아들 모습에 서운하고 답답해했으면서 아휴..
그러니 반성하지 않을 수가-
그래, 매일 후회와 반복을 하지만 이렇게 또 한 번의 반성을 통해 아들이 말할 때 급한 성격을 차분히 내려앉고 무슨 말을 하든 대~충 아니고 진심을 담아 대답해 주고 물음에 진실을 담아 같이 생각하고 말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