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좀 심각하다면 심각하게 단 것을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어릴 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나 또한 단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그러다 한 순간에 딱 끊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 순간은 치과치료 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것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데 양치질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가 썩을 수밖에.. 유치원 다니던 그때 이가 아파 치과에 갔더니 역시나 심각했고 결국 온 어금니를 신경치료하고 크라운으로 씌어야 했다
힘들게 몇 번 나눠서 치료를 끝낸 뒤 단것을 아주 멀리했다.
그만큼 치료는 단것을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딸 역시 나와 비슷하게 어금니에 크라운을 씌우는 치료를 몇 번이나 했음에도 나와 다르게 강한 우리 딸은 단것을 여전히 너무 사랑한다.
우연히 너무 재밌는 모습을 발견했다.
지난주 아들의 갑작스러운 핸드폰 고장으로 대리점에 갔고 아이폰을 원하는 아들에게 새것으로 바꿔주려는데 남편도, 대리점 사장님도 딸이 서운해서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 자신감에 이유는 그날 저녁, 같이 베스킨라빈스 매장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자는 약속을 했기에-
그렇다, 우리 딸은 새것의 핸드폰보다 아이스크림을 본인이 고르고 사 올 수 있다는 것에 설레했고 아직은 그런 쪽 말고는 아무런 것도 딸아이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예상처럼 핸드폰 바꾸는 것을 얌전히 기다린 뒤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고, 8가지 맛을 고르라는 말에 미소 띤 얼굴로 얼마나 신중히 고르던지..
맛을 고르고 직원분들이 하나하나 아이스크림을 뜨시는
모습을 오찌나 세상 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던지 너무나도 귀여웠고 집에 돌아오는 길, 꽤 무거운 아이스크림 박스를
신나 하며 본인이 들겠다는 대단한 의욕까지 보였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 먹고 무슨 맛을 먹을지 그 어느 때보다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그것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에 맛 고르기에 동참해 주었다.
반면 아들은 단것에 관심이 없어 그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스크림에 손대지 않았는데..
평일 저녁 갑작스레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겠다며 무슨 맛이 있냐고 딸아이에게 묻는 것이다.
남아있는 맛을 말하면서도 뺏길 위기를 느낀 딸아이는 오빠가 좋아하는 맛없다며 다 달아~ 오빠 싫어하잖아라며
먹지 못하게 빙빙 돌려대며 방어하던지-
그것을 눈치 못 챌 아들이 아니었기에 괜히 나 못 먹게 하는 거 아니냐며 다 안다고 말하니 그러니까 먹지 마, 내가 다 먹을 거야 내 거야 라며 본색을 드러내던 딸아이.
그 둘의 모습과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창과 방패가 너무나 치열해서. 너무 귀엽게
본색을 들켜버린 딸아이는 어떻게든 아이스크림을 사수하려 애썼지만 결국 하나를 먹는 오빠에게 내일은 먹을 수 없다고 강하게 못 박아 이야기를 해두며 아쉬움을 달랬다.
밥을 후다닥 먹고 아이스크림을 골라 상 앞에 앉아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위에부터 조금씩 떠서 먹는 딸아이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
몸에 좋은 것이 아니기에 무한으로 사 줄 수는 없지만 사실 그 모습을 보면 계속해서 사주고 싶은 충동마저 일어날 정도로 행복해하는 모습에 나 또한 행복해지고 사랑스러움의 꽃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나는 엄마니깐, 자제하고 조절할 필요가 상당히 있으니 최대한 사주지 않기로 다짐하며 그 사랑스러운 표정,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아 부랴부랴 핸드폰 카메라를 켜 무한으로 찍어두었다.
잊고 싶지 않은 딸의 사랑스러움이 백 프로 담기지는 않지만
최대한 마음을 담아보고자 노력해 본다.
잠들기 전까지 내일은 무슨 맛을 먹을까 설레하며 고민하는
너의 모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