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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딸에게

쓰는 편지

by 은조

TO. 나의 영원한 아기, 딸에게


안녕? 엄마의 영원한 아기?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보니 아빠와 오빠에게 편지 쓰던 그 무겁고 진중한 마음보단 언제나처럼 우리 딸을 생각하고 마주할 때마다 느껴지던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이 생겨나네.

그 진심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 꾹 눌러 편지를 시작할게


딸아, 엄마가 쭉 돌이켜 생각해 보니 너는 태어날 때부터 평범치 않은 존재였어.


유도분만으로 촉진제를 맞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도 역시 아직 한참 남았다고 하시길래 엄마 곁을 계속해서 지켜주던 아빠는 어린이집에 있는 오빠를 데리러 나섰고 긴장이 좀 느슨해진 할머니도 간단히 요기하러 나가셨는데..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타이밍이 참..

그렇게 혼자 남은 엄마는 강한 진통을 느끼기 시작했고 엄마의 아프다는 말에도 아직 멀었다는 말만 되돌아올 뿐이었지만 도저히 그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을 정도로 너무 고통스럽고 배가 아파왔어.


그러면서 소변이 마려운 느낌도 같이 들어 꾸역꾸역 화장실로 혼자 갔고 힘을 주니 통증이 좀 사그라들더라


다행히 때마침 간호사 분들이 들어오셨고 엄마 상태를 보더니 급하게 의사 선생님을 부르는 거야. 우왕좌 앙한 분위기 속 할머니가 다시 엄마 곁을 지켜주었고 빠르게 온 의사 선생님은 엄마의 상태를 보더니 아빠 어디 갔냐고 찾으셨지.


알 수 있었어 네가 나오기 직전이라는 것을-

고통에 몸부림치던 엄마는 아빠를 기다릴 수 없다고 바로

낳겠다고 했고 정말 순식간에 우린 만날 수 있었지

대신 탯줄은 할머니가 잘라주셨어. 그래서 그런가?

할머니와 너의 사랑이 보통이 아닌 것이 말이야


그렇게 낳고 키우는 매일이 사실 엄마에게는 시험 같았어

유난히 울음도 많고 예민한 너를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기에 감당하기가 힘들더라고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로 지속되니

아빠랑 엄마가 서로 많이 싸울 정도로 쉽지는 않았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이고 앞으로도 너에게 평생 미안해할 거야. 마냥 사랑만 주어도 모자란데 고통이라고 느낀 순간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야. 정말 미안해.


근데 그 순간에도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평생 사랑할 거야


여덟 살을 지나 올해 아홉 살, 2학년이 되는 널 보면 얼마나 대견스럽고 신기한 줄 넌 모르겠지?!

막내라 그런지 키도 크고 살이 올라도 마냥 아기 같거든

그럼에도 큰 일 없이 별 탈 없이 친구들과도 선생님과도 잘

적응하고 어울리는 모습이 마냥 감사할 뿐이야


받아쓰기 연습도 영어숙제 쓰는 것도 싫어하지만 본인이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다 이룬 거고

하기 싫어하다가도 막상 할 때는 눈빛이 초롱해지며 매우

열심히 하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걱정을 줄이기로 했어

알게 되었거든. 분명히 잘 해낼 아이라는 것을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가장 좋아하고 설레던 순간은 하교하는 너를 기다리는 그때였지.


다른 반부터 차례차례 나오고 너와 같은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딸 모습이 나타나길 기다렸고 저 멀리서 너의 형태가 보일 때면 너 또한 단번에 엄마를 찾아내 웃으며 나오는 벅참이 참 좋았어.


가려져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면 불안한 눈빛을 발사하다가 엄마가 보이면 뜻 없이 웃던 너의 모습-

그렇게 나와 품에 안기곤 엄마 없는 줄 알았다고 하며 엄마의 손을 꼭 잡아주던 너의 모습-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의기소침해져 나오는 그 어떤 모습도 엄마에겐 사랑이었지. 그래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아쉬운 이유는 너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있어. 그래서 최대한 그 순간을 사진 속에 담아보고자 노력했지만 아마 이런 생생한 설렘은 느끼지 못하겠지


항상 뜬금없이 존재자체만으로 엄마 아빠에게 웃음을 주는 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도 특별한 너를 다 맞춰주지 못해 트러블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과거를 생각해 보면 우리 꽤 많이 맞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분명히


어느 순간부턴 친구랑 있는 것보다 더욱 편하고 말도 잘 통하는 나의 딸아기야 보고만 있어도 너무 소중하고 바라만 봐도 행복감을 주는 너의 존재란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너무 과분하고 감사하단다.


네가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듯 부모인 엄마 아빠도 너에게 아무 조건 없이 너만을 위하며 너만을 사랑하며 아껴줄게 평생. 우리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함께하자.

너무너무 사랑해 알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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