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단단해질 거야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매 순간은 언제나 힘들고 어렵다
서른두 살 먹은 어른인 나도 힘든데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얼마나 더 버겁고 힘겹게 버텨내고 있을까 싶어 아리게 마음이 쓰이는 요즘.
현재 상태에 다다르다 보니 매 새로운 학년,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들을 계속해서 감당해 내야 하는 아이들이 조금은 안쓰럽게 느끼 지도하고 엄마인 나보다 낫다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며칠 전,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상황 속 스며들도록 노력하며 머리 아파하며 나의 생활에만 집중하고 있던 그때 우리 아이들이 있다 없어진 엄마의 비어진 자리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할머니가 오후에 오셔서 봐주시니까?
여태까지 탈 없이 학원에서 학원으로 잘 갔으니까?
오빠가 동생을 잘 챙기니까?
그냥 나는 나의 지금 상황이 마냥 버거워 괜찮다고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을 뿐이고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학원 끝날 시간만 체크하고 잘 갔겠지, 잘하겠지라는 막연하고 무책임한 생각으로 크게 잘못될 수도 있겠구나 덜컥 겁이난 순간-
퇴근 후 집으로 왔는데 아이들에겐 할머니, 나에겐 친정엄마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피아노 학원에 갔다고-
응????? 학원에서 피아노학원까지 걸어서 5분인데 무슨
버스를 타지? 순간 뇌가 정지되듯 생각이 멈추다 정리가 끝남과 동시에 땡 하고 소리가 버럭 나왔다.
순간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학원 형을 따라 그것도
동생을 데리고 타지 않아도 되는 버스를 탔다는 것이었다
했겠지, 갔겠지, 하고 있겠지, 끝났겠지-
어떠한 확인도 되지 않은 것을 혼자 머릿속으로 단념하여
큰 위험가운데 아이들을 내버려 두고 있던 것이었다
두려워지고 무서워졌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저녁.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의 적응이 필요했고 그건 핸드폰을 하지 않고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원래 평일이면 핸드폰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내가 쉬면서부터 시간이 많아지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규칙이 무너져 내렸고 꽤 오랜 시간 저녁의 핸드폰맛을 봐왔기에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 끊기란 절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딸아이는 비교적 핸드폰에 크게 미련을 두는 편이 아니라 괜찮은데 아들 녀석은 마음속 핸드폰이 크게 자리 잡고 있기에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 모습을 보며 마음 아프다고 연약하게 놓아버리면 분명 후회할 상황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귀를 꾹 닫고 입이 꾹 깨물고 참고 또 참아본다
양치질하러 들어간 아들이 있는 화장실 문 너머에
넘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지만 적응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나도 참고 참고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상황에 스며들 것이라 믿고 싶고 아이들 또한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는 것을 믿기에 서서히 단단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