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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싫어요

[19] 말실수

by 은조

나는 왜 이렇게 전화 통화 하는 것이 불편한 것일까?


사실 나는 전화뿐만 아니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그렇지만 조금 깊숙이 더 들어가 보니 남편과는 하루종일 연락을 나누는 나의 모습 속에서 과연 연락의 소통을 정말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 물음표를 따라 그려가다 보니 그냥 나는 남편만큼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연락을 내켜하지 않는 것이었다는 느낌표가 그려졌는데, 좋게 말해 내켜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지 나는 오고 가는 대화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친해진 않은데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언제 끝내야 할지,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 안에서도 모두 자연스레 이어지는 대화가 이어지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이 말을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의 연속으로 결국 흐름을 놓쳐 한마디 제대로 쓰지 못하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예 대화에 참여할 마음이 사라져 갔다.


말실수할까 봐.

그 두려움이 가장 나에겐 큰 것이다

주워 담을 수 없고 그렇게 되다 보면 내 머릿속에서 한동안 긴 시간 속에 남아 자책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편한 이어짐의 상황이 참으로 싫으니-


그나마 문자는 주고받을 때는 생각 후 고치고 고쳐서 보내면 불편함을 느끼는 마음의 확률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만 전화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올 때면 무조건 한 번에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 다시 내가 걸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게 나에겐 더 어려운 것.


그 후부턴 힘든 전화일지라도 심호흡 쓰읍- 후 한번 내뱉고 징징 울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는다.

그러고 나선 듣고 있는 쪽을 선택 후 최대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끝낼 타이밍을 찾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면 안되니 절대 티를 내지 않으려 온 마음을 담아 듣고 있다 보면 그 타이밍이 나타나고 좋게 통화를끊내면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일할 때 전화를 많이 받는 편인데 그때는 이렇게 심하게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일까?

그럴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사적인 대화가 아니여서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런 결론을 내고 보니 정답이라는 끝을 알게 되었다.


정말 내 마음에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니 내 정답이 맞는 것이다.

그럼에도 꼭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이유가 생기면

상황을 만들기 시작한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식으로 끊어야지, 이런 이런 말은 하지 말고 어색해도 이 말을 꼭 하고 끝내야지-


이런 나도 스스로 복잡하고 너무 어렵게 산다고 느껴지지만

나란 존재는 나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희망 아닌 희망이 보이는 것은 그나마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초조함과 두려움, 싫음의 긴장이 아주 미세하게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핸드폰 키패드에 놓인 번호 앞에서 망설이다

결국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내일의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괜찮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버튼을 누르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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