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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외로워서

[18] 가족

by 은조 Jan 31. 2025

북적북적 기분 좋은 소음 속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을 기다리며 설렘 가득 화목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명절이 나에겐 분명한 외톨이 임이 증명되는 날이었다


평소에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지 않다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다 착각이었음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순간으로 다가왔다.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렸고 기다렸던 그 순간이 오자마자 근처 원룸방을 얻어 독립했다


아무런 눈치도 의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을 땐 벅차게 행복했고 살았다는 안도감의 두 마음이 공존했다


월급의 큰 부분을 월세로 사용해야 했지만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나의 자유값이라 생각하며 자유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원룸으로 나간 후에도 엄마는 매일 밥과 반찬을 싸와 나를 밥을 먹였고 저녁 잘 때도 나와 함께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엄마에게 두 집 살림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함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엄마가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는 철없는 마음이 더 컸던 거 같다


그러다 ‘너를 위해’라는 단어로 나를 휘두르는 엄마에겐 더욱 모질게 대했고 상처받는 말들도 서슴지 않게 해댔고 그럼 내 공간에 오지 말라는 말을 무기처럼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땐 몰랐지만 이제야 알게 된 건 마음을 반대로 말했던 거라는 거다


독립했으면 마음에서도 엄마에게 벗어났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런 척만 해댈 뿐 나는 엄마에게 여전히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었고 그러고 싶어서 발버둥을 쳐댔던 거였다


그렇게 어느 순간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어주던 그런 엄마가 유일하게 나와 함께하지 못하는 날이 바로 그 명절들이었으니 나에겐 더욱 외로움과 쓸쓸함은 말도 못 하고 나를 버렸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날들-


다행히 그 깊은 속엔 나와 함께해 주는 친구 한 명이 있었고 그날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고 맛있는 거 먹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함께했다


그렇게 싫던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될 수 있었던 건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비록 처음엔 시댁에 가서 음식 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 순간마저도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가야 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기꺼이 감사함으로 음식 하는 것을 즐겼다


그리고 온전히 내 가족의 울타리가 있다는 것이 참 행복으로 다가왔고 그제야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명절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그 행복을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결혼하고 나서야 나는 엄마에게 진정한 마음의 독립을 할 수 있었고 엄마만 기다리며 버림받았다는 외로움 따윈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사실 이제 명절의 숙제는 어떻게 하면 보이기식 그 집에 가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거 하나뿐-


반기는 사람은 우리 엄마 한 사람뿐인 그 집에 왜 가야 하는 걸까? 역시나 보이기 식으로? 기다리지도 않고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뭔가 보상받으려는 듯 안 오면 왜 안 오냐고 트집 잡으니 가지 않으면 괜히 찝찝한 마음이 크게 들어 해결하고 싶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그냥 눈 딱 감고 보이기식으로 다녀오는 것이 현명한 숙제 해결인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더 많은 꼬임으로 마음이 복잡해질 뿐인 그 문제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는지 참, 쉽지 않은 연속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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