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보석
여름이 저 멀리 가고 있다.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때가 돌아오는 중이다. 우리 가족은 초가을 밤에 어울리는 메뉴를 만나러 집을 나섰다. 우리는 항상 여름이 끝나는 어느 밤에 대하구이를 판매하는 식당에 들어가서 대하 라면을 먹는 것까지 마무리하라고 나온다. 이번에 온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에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은 그냥 집으로 갈까 싶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들어가자며 남편과 둘러보러 갔다. 다행히 우리 가족이 앉을자리가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하 1.5kg을 주문했다. 빠른 속도로 대하를 익히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가을 대하는 푸른 바다의 보석 같은 음식 재료로 탱글탱글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로 감동을 주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냄비 위에 소금 바닥에 깔린 대하가 익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렇게 대하는 붉게 물들여졌다. 그다음 순서는 대하의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위생장갑을 끼고 양손으로 대하의 머리와 껍질을 분리한다. 머리 부분은 나중에 버터구이로 해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따로 모아 두었다. 껍질을 분리한 뒤, 탱글탱글한 대하 몸통은 아이들에게 먼저 주었다. 웬일인지 남편이 대하 껍질을 까서 내 접시에 담아주었지만, 대하구이와 함께 막걸리도 곁들여 먹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남의 편이 집에 막걸 리가 있으니 소주를 먹어야 한다며 주문했다. 그때 살짝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련이 되어있기에 기분을 금방 전환 시킬 수 있었다. 대하를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우리 딸은 대하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재밌다고 우리에게 대하 껍질을 벗겨주었다.
대하구이가 점점 배 속으로 사라질 때쯤, 대하 라면을 먹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남편 빼고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주문하자고 했다. 역시 밖에서 먹는 라면은 최고이다. 대하라면은 신라면으로 끓인 듯했다. 이제는 라면 건더기만 보아도 어떤 라면인지 맞힐 수도 있을 만큼의 짬이 된다. 대하 라면을 한 젓가락씩 먹으니 사라져 갔다. 마지막으로 대하의 머리 부분을 버터구이로 먹을 차례이다. 버터구이는 스스로 해서 먹는 규정이어서 남편과 아이들이 맛있게 볶아 왔다. 우리의 가을밤은 이렇게 소소하게 행복감에 젖어 저물어 간다. 그렇게 가을의 풍경과 맛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겨울의 설레는 맛을 맞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