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詩 7
컴컴한 어둠을 짊어 메고
오늘 또 걸어갑니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아침을 깨우러
우리 약속 잊지 않고
나 기다리는 아침에게로
가쁜 숨 몰아 쉬며
고개 넘어 봅니다
나란히 선 나무들의 응원을 받고
잠시 다가와 위로하는 바람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힘을 냅니다
늘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아침은
내 두발 닿아야만 깨어나겠다더니
그 약속 지키어
따스한 햇살 한가득 쏟아냅니다
무겁게 짓누르던 어둠이
흠뻑 녹아내립니다
퍼런 빛이 서려있는 저 하늘로
컴컴한 어둠은 머뭇거리며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찬란한 이 빛 사라지기 전에
다시 어둠이 내리기 전에
아쉬움 가득 품에 안은채
나무들 사이로
바람을 따라
지켜야 할 우리 약속 되뇌며
한걸음 한걸음 내려갑니다
언제든 그곳에서 나 반겨줄
아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참으로 큰 기쁨입니다
어둠에 흠뻑 젖어 무겁고 지친 나
사르르 녹여 주는 아침이 있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둠만 짙다면
내 두 발 닿지 못한 이유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햇살 볼 수 없다면
오직 나여야만 하는 고집스러운 아침 때문입니다
내가 부지런히 올라야지요
내가 조금 더 힘내야지요
컴컴한 어둠을 짊어 메고
오늘 또다시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