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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은 하나

by 엘샤랄라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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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밤늦게까지 회사에서 일 보고 귀가한

남편을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늦게 잠들었다.

낮에는 그렇게 따뜻했는데, 저녁에는 으슬으슬

추웠다. 새벽에 눈 뜨니, 목이 살짝 칼칼하여

예정대로 등산을 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근처를 돌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만보가 목표인 느슨한 움직임이다.

보통 우리 집을 기준으로 세 갈래의 길이 있다. 

호수공원 쪽으로 가는 방향과 

냇가를 끼고 아래로 가는 방향 

동네 공원과 아파트를 가로지르는 방향이다. 

어려운 선택은 아니지만, 이게 뭐라고 

매번 선택하기 전에 잠깐 주저하게 된다.

길마다 보여 주는 풍경이 다르고, 거리가 다르다.

어제는 딸과 호수공원을 다녀왔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냇가를 끼고 집 뒤쪽으로 가본다.

어느 정도까지 갔다가 다시 왔던 길로 돌 수도 있지만,

다리를 건넜다. 내가 걸어왔던 길이 보인다.

어째 그쪽이 해가 덜 들어 걷기에 더 나은 듯해 보였다.

처음 하는 생각은 아니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

몸이 하나라 그냥 가야 한다. 쭉 가야 한다. 


내 몸은 하나이니, 

갈 수 있는 방향도 오직 하나임을 알면서

나는 번번이 한 번에 여러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욕심부리다 힘에 겨워한다.

들썩거려 당장 신경 써야 하는 일을 놓치는 것만 같다.

하다 보면 왠지 방법이 생기고

부딪히다 보면 요령이 생길 것 같지만,

어떤 길이든 그 길이 내 발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절대적인 임계치가 필요하다.

한 두 번 와봤던 경험으로 내가 모두 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길이 있다.

분주했던 3월의 마지막주다.

나는 다시 내가 갈 수 있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의 

방향을 다시금 살펴본다.

조금 돌아가고 더딜 수 있어도 가야 하는 지점과

돌아와야 하는 그 지점만 분명히 알고 있다면

길을 잃지는 않으리라는 점, 

그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으니 오늘도 가보기로 했다.


하나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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