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은 마구 펼쳐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숨어 눈물짓고 싶어 한다. 축제의 전야제처럼 줄곧 변신의 티저(teaser)만을 제시하다가, 불타다 떨구는 성냥개비의 머리마냥 그 변화에 필요했던 여러 양식(糧食)의 의미를 토해내며 스스로에게 벅차오른다.
#무게
나는 충분히 힘껏 감사하다도 간혹 삶을 쥐고 있던 악력이 조금씩 약해져 가거든 그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버릴 거다. 내가 어딘가에 내던져질 적마다 나는 다시금 건강하고 가볍고 기뻐서 무모했었다. 그러면 헐겁던 손아귀도 도로 조여질 것이다.
누군가 ‘네 삶이 몇 톤이라도 되느냐’ 묻거든, ‘삶이 무겁다는 건, 짐이 무거운 게 아니라 제 몸무게를 지탱하기 힘들다는 것이네.’ 라고 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