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했을 때 흑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서양사의 중세는 신권으로 대표되었고 남미의 브라질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다툼 끝에 교황의 재가를 통해 포루투갈의 손아귀에 놓이게 됩니다. 브라질 역사를 떠나 문화적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브라질은 우리에게 축구, 삼바, 카니발 등을 떠올리게 하며 지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습니다.
재즈에 있어 중남미 중심의 라틴 재즈가 미국에서 인기를 끈 시절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950년대 중반 이후 쿠바 중심의 라틴 재즈인 아프로큐반 재즈(큐밥이라고도 함)가 트럼피터인 디지 질레스피(1917~1993)와 차노 포조(1915~1948), 마리오 바우자(1911~1993), 마치또(1909~1884) 등 큐반 뮤지션들을 통해 미국 동부에 유입되면서 미 전역에 퍼진 사건입니다. 두 번째는 1960년대 초 테너 색소폰 연주자인 스탄 게츠(1927~1991)와 브라질 뮤지션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일련의 보사노바 재즈 앨범의 빅 히트가 그것입니다. 브라질의 토속 음악과 재즈가 접목된 보사노바는 포루투갈어의 독특한 뉘앙스와 보사노바를 창조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1927~1994), 주앙 질베르투(1931~2019) 등의 뛰어난 작품에 힘입어 미국 재즈팬들을 열광시킵니다. 여기에 보사노바의 여제라고 불리는 아스트루지 질베르투(1940~2023)는 1960년대 보사노바 붐의 정점에 있었습니다.
재즈의 고장 미국에서의 보사노바 열풍은 1960년대 초반을 시작으로 1960년대 중후반까지 지속됩니다. 당시 재즈계는 빌 에반스 트리오의 꾸준한 인기와 이에 필적하는 오스카 피터슨 콤보가 활약하고 있었고 웨스 몽고메리가 대중적인 사운드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장르로 보면 밥의 서브 장르가 존재하였고 큰 흐름으로는 프리재즈가 미국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며 관심을 끌던 시기였고 이후 아방가르드 재즈의 물꼬를 트게 하였습니다. 젊은이들은 록 음악에 심취하였으며 60년대 비틀스의 영광은 팀 해체와 더불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시기였습니다.
다시 보사노바로 돌아갑니다. 1941년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 니떼로이 출생인세루지우 멘지스(국내에서는 세르지오 멘데스라고 불리기도 함)는 1962년 11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과 스탄 게츠의 뉴욕 카네기 홀 공연에 21세의 젊은 피아니스트로 참여를 하였습니다. 1964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멘지스는 작곡가, 밴드 리더 그리고 연주자로서 보사노바의 대중화에 기여하게 됩니다.
세르지우 멘지스(출처: Crew Neck Productions)
Sérgio Mendes(1941~2024)
멘지스가 9월 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장기간의 코로나 합병증으로 투병하다가 세상과 작별하였습니다. 향년 83세. 1950년대 이후 재즈를 이끌어온 뮤지션들의 나이가 80~90대에 이르면서 부고가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팬들로서는 멘지스의 타계가 충격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빙의 부고가 그리하였습니다.
멘지스의 작품을 개괄하면 좋겠지만 이 글에서는 그를 대표하는 앨범 한 장을 소개하며 마칠까합니다.
1966년 7월 발매된 앨범 <Sergio Mendes & Brazil '66(세루지우 멘지스와 브라질 '66)>의 커버입니다. 앨범 제목과 음반사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피터이자 프로듀서인 허브 알퍼트가 기획한 작품입니다. 사진 좌측 두 번째가 멘지스입니다. 우측 두 번째에 리드 보컬리스트인 라니 홀이 보입니다. 미국인 홀이 부르는 보사노바는 특색 있습니다. 홀은 몇 년 후 허브 알퍼트와 결혼합니다.
이 앨범의 인기는 대단하였고 발매 후 1년 만에 미국음반협회로부터 골드 레코드(50만장) 인증을 받았습니다(인증일: 1967년 7월 25일). 보사노바 앨범으로 단기간의 50만장 판매고는 지금의 5백만장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앨범의 첫 곡 "Mas que Nada(마스 키 나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멘지스가 커버하여 유명해진 곡이고 40년이 지난 2006년 그가 다른 밴드와 함께 다시 커버하여 더욱 유명해진 곡입니다. 이 앨범을 기회삼아 보사노바에 빠져드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이제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멘지스의 영원한 이별을 떠올리게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