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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삼 Feb 17. 2024

설거지는 내가 할게

우리 집엔 식기세척기가 없다. 직까지는 없다.


요즘은 식기세척기가 필수 가전이 된 것 같아 우리 집도 들여볼까 고민은 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적극 추천을 하다 보니 마음이 동요했다.


그러나 식기세척기 구입은 잠시 보류했다. 우리 집은 설거지 양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고 그때그때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그냥 빨리 해치우는 게 편할 것 같았다.


식기세척기가 편하다지만 우리 집은 아기 빨대컵 등 직접  해야 하는 설거지거리가 많아 어차피 설거지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밥 먹고 나면 설거지하기가 그렇게 귀찮았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밥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남편에게 당당하게 선언한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아기와 함께하는 폭풍 같은 식사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온몸에 그날의 반찬을 붙이고 있다. 아기 세수시키고, 손 씻기고, 머리카락에 묻은 밥풀 떼고, 지저분해진 옷 갈아입히고, 그 와중에 쉬했으면 기저귀 갈고, 방바닥에 떨어진 반찬 닦아서 버려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잠시 쉴 틈도 없이 아기가 선택한 새로운 놀이가 시작된다.


이 와중에 설거지 담당은 설거지만 하면 된다.


그날 설거지 거리가 많다면? 오히려 좋다. 따뜻한 물을 틀고 주방세제를 묻혀 뽀득뽀득 그릇을 닦으며 잠시나마 여유를 느낀다. 등 뒤에서 "잠만", "안돼"와 같은 다급한 소리가 들릴지라도 나는 설거지만 하면 된다.


가끔은 남편이 나도 설거지 좀 하자며 업무 분장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기도 아빠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가볍게 거절한다.




설거지 욕심은 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아기가 있는 다른 부부 서로 설거지하려 든다는 얘길 듣고 너무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식기세척기를 살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설거지 담당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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