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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 Oct 22. 2023

다 괜찮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았으니까요

이제 그만 나가며- 잘 살아보겠습니다


너는 나를 그대로 두 눈에 담고 있었다.


딸의 눈에 담겨있는 내 모습ㅡ스스로의 부족함에 좌절하고 늘 누군가에 미안해하며 시들어가는ㅡ으로 아이가 살아가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었다.


직장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거꾸로 보면 실은 때마다 중요한 역할ㅡ출산을 앞두고서는 엄마로서, 출근할 때와 파견 중에는 직장인으로서ㅡ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음에도.


생각해 보자.


신생아를 두고 출근하는 부모는 양육자로서 무책임한 것일까,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 신생아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한 부모는 직장인으로서 무책임한 것일까, 부모로서 책임을 다한 것일까.


어떤 선택도 사회인(가족공동체의 구성원 또는 직장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다. 어떤 때는 부모로서. 어떤 때는 직장인으로서.




아이는 부모의 감정부터 배운다. 그것부터 닮아간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듯. 그렇게 매일이 쌓여 삶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분명한 기준이 생겼다. 드디어.


내 딸이 살기를 바라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너는 나를 닮아가니까.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 적어보자.


첫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길 바란다.

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길 바란다. 어렵게 태어난 인생이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달라는 대로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둘째,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족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아주 기본적이며, 어떤 경우에는 숭고하기까지 한 바람을 오히려 미안해하는 얼토당토않은 상황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길 바라지 않는다. 그런 너를 보면 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니까.


셋째, 스스로를 사랑하면 좋겠다.

넌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넷째, 마음을 괴롭히는 사람들 곁을 떠날 용기를 갖고 널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과 지냈으면 한다.

너는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너는 나를 닮아가니까. 이제부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미안해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나를 아끼는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 지내겠다.


제대로 살겠다. 사는 것처럼 살겠다.

네가 그렇게 살길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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