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면

타로 0번 바보가 전하는 메시지


나에게는 5년을 함께한 절친이 있었다.


그 친구는 참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큰 거짓말에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배신까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람이었다.


친구를 무척이나 미워했다. 원망도 많이 했다. 왜 나한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너무 분한 나머지 긴 시간 내내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을 뒤척이기 일쑤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억울함이 차 올라 이불킥을 수없이 했다.


그렇게 1년, 3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용서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 친구와 이별을 했다. 나도 나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방향을 잡아야 했고, 그 친구 역시 자신의 삶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나는 지하철역에 있었다. 조용하고 깊은 지하의 승강장... 그곳엔 나와 그 친구뿐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대화 없이 승강장 뒤쪽에서 나란히 서 있었다.


지하철이 곧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는 없었지만, 친구는 어찌 알았는지 “나 이제 가봐야 돼.”라고 말했고, 지하철이 스르르 도착하여 문이 열렸다.


친구는 위아래 삼베옷을 입고, 안개꽃다발을 양손을 엑스자로 하여 품은 채 지하철에 올랐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는 탑승한 채 출입문 앞에 서서, 마치 먼 곳을 바라보듯 정면만 응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지하철은 문이 닫혔고, 유유히 사라졌다.


마치 그 한 사람만을 태우러 온 듯한 지하철...



나는 꿈에서 깨었고, 그 순간 묘한 느낌과 함께 평온했다.


그 꿈 이후로, 나는 그 친구를 내 마음의 짐에서 내려놓기로 했다. 상처가 너무 커 한 번에 아물진 않겠지만, 앞으로의 나를 위해 그렇게 해야만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은 내게도 큰 부담이었기에, 견디려면 감정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하루라도 빨리 밝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힘든 감정을 꿈은 살며시 흘려보내게 해 준다. 나 역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상처는 아프다.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 옅어지는 게 상처가 남긴 흔적이다. 그 과정에서 재생 연고를 바르는 법을 터득하며, 한 걸음씩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타로 카드 0번 바보(THE FOOL)가,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작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처럼 말이다.


유니버설 메이저 아르카나 0번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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