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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 알게 된

너희들의 특별함

by 미소



20250118_081216.jpg 네찌의 뽕주댕이가 잘 나온 사진. 하단에 두치의 뽕주댕이도 같이 찍혀서 절대 자를 수 없는 사진이다.




세상 모든 존재들은 특별하다.


너무도 당연해서 너무나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말. 그러나 살아있는 존재를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이야기다. 존재의 특별함은 사랑하기 전에는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 두고두고 곱씹을 '특별함'이 된다. 사랑은 그 대상을 꾸준히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도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존재들의 특별한 점들을 조금 자랑하고 싶다. 존재의 특별함을 떠올리는 일은 그 존재가 내 곁에 없어도 잠시 잠깐 생생하게 자리하는 것처럼 여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흰 양말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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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이의 양 발에 까만 점이 잉크 방울 마냥 토도독 떨어져있다.


콩알이는 까만 몸에 흰 양말, 흰 턱의 턱시도 냥이다. 아직도 절대 붙잡을 수는 없지만 내가 농막에 들어가 지정석에 앉으면 천천히 다가와 내 다리 사이에 몸을 비비고, 무릎을 딛고 올라와 헤드번팅과 뽀뽀(라고 하지만 사실 입냄새 맡기)도 해준다. 나는 그때 콩알이의 흰 양말에 까만 점들이 박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통에 발린 까만 잉크가 흰 발에 살짝 튄 것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콩알이는 내 무릎에만 발을 올리니, 이 사실은 우리 가족 중에서 나만 알고 있다. 콩알이가 나에게만 알려준 사소하지만 사랑스러운 포인트다.





아이라인은 왼쪽 눈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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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치는 왼쪽 눈에만 아이라인이 있다. 오른쪽 눈은 라인이 없어 순둥한데, 왼쪽 눈은 주변으로 아이라인 같은 까만 털이 나서 선명하고 예쁘다. 그래서 그런 두치를 정면에서 보면 더 예쁘다. 모양새가 다른 양쪽 눈을 함께 보면 훨씬 더 매력적이다. 두치의 엄마인 예쁜이도 눈 한쪽에만 아이라인이 있었는데, 새끼들 중 두치만 그걸 닮았다. 두치는 털의 무늬도 예쁜이를 많이 닮았다.




겹겹이 어룽진 물방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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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의 오른쪽 귀에 보이는 물방울자국.


반면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두치와 달리 뿌꾸는 아이라인이 없다. 그래서 굉장히 순둥순둥한 인상이다. 실제로 겁도 좀 많은 편인데, 한 번은 밤중에 다른 고양이에게 쫓겼는지 가을이와 밤산책 중이었던 나를 만나자 우왕우왕 큰 소리로 울면서 따라오기도 했다. 평소 가을이를 무서워하는데도 그날은 자기를 쫓던 고양이가 더 겁이 난 모양이었다. 가을이를 집에 들여보내고 옆에 앉아서 온몸을 한참 쓰다듬어 준 뒤에야 뿌꾸는 울음을 그쳤다.


그런 뿌꾸의 귀여움 포인트는 바로 귀 끝의 물방울무늬다. 뿌꾸는 흰 바탕에 군데군데 검은색과 주황색 털이 난 고양이인데, 귀 끝에는 그 두 가지 색 털이 작은 물방울무늬를 이뤄 옹기종기 모여있다. 누가 붓으로 찍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털이 났는데, 그것이 너무 귀여워서 중성화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이 친구들은 집고양이가 아니니,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중성화를 했고 결국 한쪽 귀 끝이 잘려나갔다. 그것이 아까워서 나는 뿌꾸의 뒷모습이 잘 찍힌 사진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썬캐처를 만들었다. 귀끝 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20240213_090021.jpg 뿌꾸의 뒷모습이 담긴 썬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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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3_182700.jpg 뿌꾸는 입과 코에도 털과 같은 색의 물방울무늬가 점점이 나있다.






고양이들의 특이한 식성


CAM02027.jpg 그리운 까미. 사진에서 골골골 소리가 날 것만 같다.


이미 멀리 여행을 떠난 고양이들의 이야기다.


일등이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내가 소파에 두고 먹고 있던 옛날 과자 중 팥 앙금이 들어간 것을 먹어보더니 계속 먹고 싶어 했다. 탈이 날까 더 주지는 않았는데, 그전에도 후에도 사람 음식을 탐한 적이 없었던 일등이라 신기한 기억으로 남았다.


꼴매는 방울토마토를 좋아했다. 역시나 일등이처럼 사람 음식은 쳐다도 안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어쩌다 방울토마토를 먹을 때 관심을 보여서 냄새나 맡아보라고 들이댔더니 킁킁대다 혀를 살짝 대 보았다. 입에 맞는지 반쯤 먹었는데, 역시나 탈이 날까 봐 더 주지는 않았다. 빨리 헤어질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줄걸 그랬다.


까미는 노른자를 먹지 않았다. 가끔 고양이들에게 계란을 삶아 줄 때가 있었는데 까미는 이상하게 흰자만 먹었다. 보통 흰자는 싫어하고 노른자만 좋아하는 동물들은 있어도 노른자를 안 먹고 흰자만 먹는 경우는 드문데, 까미는 반대였다.





갈색 푸들 네 마리를 구분하는 법


20161110_134131.jpg 왼쪽부터 두나, 초코, 세나, 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털 색이 연하다. 알파는 파이보다 조금 더 연하다.


친구들에게 초코, 알파, 두나, 세나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누가 누구인지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에게는 너무도 다른 네 강아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똑같아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물론 우리 강아지들과 조금 같이 지내보면 금방 알겠지만, 생김새만으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털 색이 짙은 순 : 초코 > 두나 > 알파 > 세나


초코가 가장 짙은 초코색이고, 두나와 알파는 굳이 따지자면 비슷하다. 다만 알파가 나이가 많으므로 흰 털이 더 많이 나서 지금 바로 옆에 두고 대조하면 알파가 더 연할 것이다. 세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두나보다 털 색이 연했는데, 점점 더 연해져서 지금은 넷 중에서 가장 연한 갈색 털을 갖고 있다.


몸 크기 순 : 알파 > 세나 > 두나 > 초코


알파가 원래 8키로가 넘어서 가장 무거웠는데, 신장 수치와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기 위해 저지방 사료로 바꾸고 난 뒤 7키로대로 줄었다. 그래도 가장 크고 무겁다. 다음은 세나와 두나가 거의 비슷한데, 세나가 두나보다 다리가 조금 더 길어서 키는 더 크고 무게는 거의 비슷하다. 세나는 알파와 함께 살고 있어 알파의 몸관리 때문에 간식을 거의 먹지 못하니, 아마 이제는 두나가 더 무거울 지도 모르겠다. 초코는 원래도 몸길이가 넷 중에서 가장 짧았고 몸피도 작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다.


이제는 어느 정도 구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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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_131040.jpg 사실 나도 이 사진은 누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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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장과 중성화 수술을 동시에 했던 아기 가을이. 지금은 무지막지한 청소년 강아지가 되었다. (아직 어른이 아니다)


하나 더 추가!

가을이는 어릴 때 까만 코였지만, 크면서 점점 분홍 코가 되었다. 점점 늠름해지는 지금의 가을이도 귀엽고 멋지지만 까만 코 시절의 가을이도 가끔 그립다.




사실 더 많이 쓰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나지 않는 특징들이 많아서 아쉽고 안타깝다. 남은 이들의 순간을 부지런히 저장해 두어야겠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 꺼내볼 수 있도록.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열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았고 그중 일부와 이별했습니다. 그들과의 삶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 링크를 눌러보세요. 떠나간 존재들, 그리고 제 옆을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놓기 시작하던 시절의 기록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20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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