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로까 Jun 28. 2018

왜 브라질 하면 축구일까

브라질 사람이 즐기는 월드컵

(이미지출처: unsplash.com)


추가시간에 성취한 두 개의 골. 그리고 지난 월드컵 우승팀이자 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쟁취한 우승. 

오늘 새벽은 그야말로 전국적인 흥분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인 나는 (내가 경기를 안 보면 한국팀이 이겨왔던 징크스가 있기에) 한국의 승리를 염원하며 잠이 들었고, 브라질 사람 데이빗은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한국팀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것, 축구. 

처음 월드컵이 열렸던 1930년부터 브라질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우승컵도 다섯 번이나 거머쥐었다. 이러니 당연히 브라질 하면 축구지.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기간 브라질 경기가 있는 시간에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 회사원들은 오전에 경기가 있으면 오후에, 오후에 경기가 있으면 오전만 근무하고 퇴근한다. 


하지만 모든 한국 사람이 태권도를 잘 하는 건 아니듯이 모든 브라질 사람이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데이빗도 축구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렇다는 확신 없는 대답을 해왔지만 자기가 응원하는 바스꾸다가마 (Vasco da Gama) 경기와 최근 소식은 항상 주시하고 있으며, 혼자 자유자재로 축구공을 갖고 놀 줄 안다. (아직 한국에서 축구할 기회는 없었기에 데이빗의 축구 실력은 모르겠다.) 축구광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응원하는 축구팀이 있고 작은 마을이라도 쉽게 축구장을 찾아볼 수 있으니,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이 기본적인 축구 실력과 축구에 대한 열정은 갖추고 있나 보다.  



지난주 브라질과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있던 날, 한국에 살고 있는 브라질 사람들이 모여 같이 경기를 시청했다. 서울, 인천, 수원, 천안,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다. 외국에서 동포를 만나 자국 경기를 관람한다는 의미가 크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열정적일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처럼 정해진 응원구호 같은 건 없지만 응원 강도와 열정은 붉은악마에 뒤지지 않는다.  


전/후반전 90분이 끝나고 주어진 추가시간에 터진 2개의 골! (중계자는 길게 골~~~ 을 외쳐줘야 한다. 데이빗은 한국 중계에는 이게 없다며 아쉬워한다.) 모두 얼싸안고 방방 뛰고 악기 연주하고 춤추며 승리를 축하했다. 경기 후 SNS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축구선수, 감독, 해설자가 되어 나름의 의견과 경기 후기를 남겼고 대표팀과 선수를 패러디한 게시물도 넘쳐났다.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반면 브라질은 ‘6번째 우승’을 노리며 응원하는 모습은 사뭇 그 클래스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오늘 새벽 3시, 세르비아와 펼쳐진 브라질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데이빗은 한국 경기와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시청한 후 잠을 청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데이빗에게 물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축구는 무엇이냐고. 그 대답은...

“Paixão nacional (국가적 열정)” 



나는 데이빗에게 브라질이 우승할 수 있게 강적인 독일을 한국이 제거해줬다고 깐죽거렸다. 오늘 SNS에서는 브라질 친구들의 게시물이 많이 보인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7대 1로 독일에 진 빚을 이번에 한국이 갚아줘서 고맙다고. 다음 주 월요일 브라질과 멕시코의 16강전이 열린다. 어제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고 한국이 16강에 진출했다면 브라질의 상대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전거리 좀 유지해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