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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만섭 Sep 03. 2023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의 초대를 받은 우리는 이미 적당히 행복하다!

가을은 모진 세월을 타고 소리 없이 다가와

허(虛)한 하늘을 살며시 내 가슴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 빔과 가벼움이 낯설고 생소하여

나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 사이로

하얀 하늘을 훔쳐보았다.     


나이테에 따라 늘어난 고집과 철학은 미동(微動)조차 거부하는

산이 되어 볼썽사납게 하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나는 마음을 점령한 바위산을 비켜 가면서

“내가 언제 어디서 하늘과 소통(疏通)했는가?” 를

더듬어 나갔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백포도주를 마시면서 바라본 하늘에선

어머니의 진한 눈물이 햇빛에 부딪혀 지상(地上)으로 쏟아져 내리고

네 살 난 아들애를 팔에 안고 바라본 하늘에선 나의 엷은 미소가

구름을 타고 초록 하늘을 배회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도 내 아들은 여전히 이렇게 사랑스럽겠지?”

내가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사흘간이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사경을 헤맬 때, 하늘은 무너져 그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본 사람은 하늘이 없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지를 기억한다.

가을 하늘의 초대를 받은 우리는 이미 적당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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