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금이 전부가 아니다.
이사 걱정이 없는, 내 명의로 된 집 한 채.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지 않은데도, '내 집'을 갖는 것은 여러모로 참 어려운 일입니다.
199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미국 주택시장은 연평균 5.5%씩 성장했습니다 (CEIC Data). 비슷한 기간 동안 미국 주식시장 S&P500의 수익률은 8.27%였으며, 배당금을 재투자했을 경우 연평균 10.24%에 달했습니다 (S&P500 Data). 역사적으로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이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집을 구매해서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소유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며 얻는 안정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또한, 이 공간에서 쌓는 추억들 역시 가격표를 매길 수가 없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집을 사게 된다면 집주인으로서 많은 책임이 따릅니다. 최근 '올리버쌤'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봤습니다. "텍사스에서 시가 $700,000(한화 약 10억 원) 짜리 새집을 공짜로 받아도 이게 정말 공짜일까?"가 주제였는데, 이 질문에 대해 올리버쌤이 집주인이 10년 동안 감당해야 할 대략적인 고정비용을 $295,378(한화 약 4억 원)로 계산했습니다. 10년 동안 $295,378를 예상해야 한다면, 한 달에 $2,461, 한화 약 330만 원의 비용을 재산세, 보험, 유지 및 보수에 지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기에 전기, 수도, 가스비, 대출이자와 원금 등 다른 비용이 추가됩니다. 계산해 보면 매년 집 가격의 3-4%를 재산세, 보험, 유지 및 보수에 쓸 각오를 해야 합니다.
올리버쌤이 언급한 비용은 집을 구매한 후에 들어가는 유지 및 관리 비용입니다. 이제 집을 살 때 발생하는 초기 비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1. 다운페이먼트 (Down Payment): 집값의 일정 비율을 초기 지불금으로 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에서 30년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30 year fixed mortage)을 받는데,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집값의 20%를 다운페이먼트로 내고 80%를 대출받습니다.
2. 주택 검사비용 (Home Inspection Fee): 집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구매자는 $500 정도의 인스펙션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3. 클로징 비용 (Closing Costs): 클로징 비용은 집을 구매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마무리할 때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입니다. 보통 전체 대출금의 3% - 6%를 차지합니다.
다 합쳐보면 집을 산 첫 1년은 집값의 20%인 다운 페이먼트, 주택 검사비용, 집값의 80%인 모기지의 3-6%를 차지하는 클로징 비용, 집값의 3-4%의 재산세, 보험비, 유지 및 보수 비용을 예상해야 합니다.
결국 집을 사는 시점에 보수적으로 잡으면 집값의 25%, 넉넉하게 잡으면 집값의 30%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주택 관련비용을 지출하면서도 노후 준비를 하려면, 전문가들은 주택 관련비용이 세전 소득(grosos income)의 1/3(33%) 이하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세전소득이 $70,000, 즉 월 소득이 $5,800이라면, 주택 관련비용 예산은 $1,933입니다. 이 금액은 주택담보대출금 원금과 이자(mortage payment), 보험료, 재산세, 그리고 기타 집 관련 비용을 모두 포함한 것입니다.
별다른 빚이 없고 생활비가 매우 적다면, 주택에 세전 소득의 1/3 이상을 지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집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현재의 소비 패턴을 냉정하게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내가 사는 곳에 5년 이상 거주할 의향이 있을 때 집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5년 이하로 거주하다 집을 팔게 되면, 월세를 사는 것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집은 내가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사치품입니다. 심지어 구입하는 순간 쉽게 반품도 안됩니다. 이 사치품이 짐이 되지 않게, 나의 생활 스타일과 미래계획을 잘 생각해 보시고 구매를 결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