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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Aug 26. 2023

01. 언니처럼 키 크고 싶어

엄마 아빠의 꿈을 응원합니다.


[언니처럼 키 크고 싶어]


여름밤은 참 좋습니다.

습한 공기가 우리를 채워

찐득한 더움이 있지만

땀을 쭈욱 흘리면 그만입니다.


여름밤은 타는 듯한 불볕더위가 아닙니다.

세상을 뜨겁게 달구던

햇볕이 사라진 여름밤은 감기 걱정 없이

아이와 즐겁게 놀기 그만입니다.


이런 밤을 즐기기 위해

놀이공원의 연간 회원권을 끊었습니다.

그날 사촌누나와 조카까지 동행해

우리는 한적한 놀이공원을 누볐습니다.


마감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아

평소에는 한참을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놀이기구에 손쉽게 탈 수 있었습니다.


고민을 하다 모두가 같이 탈 수 있는

후룸라이드를 타기로 했습니다.

배 모양으로 생긴 기구 안에 타고는

높은 곳에서 내려올 때의 짜릿함과

내려와 물이 튀어 오를 때의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놀이기구를 탈 생각을 하니 설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놀이기구를 탔던 기억은 너무나 예전이었습니다.

아이와 어른들 모두 신나는 마음에 줄을 섰는데,

걱정스러운 문구가 보였습니다.


바로 키 제한이었습니다.

1m 이하의 아이는 보호자 동행을 해도

탑승불가였습니다.


한 달 전쯤 쟀던 아이의 키는 95cm가

조금 넘었습니다.

신발까지 신었고,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1m는 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줄을 서서 반대편에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신나게 타고 나오는 아이들은

제 아이보다는 조금씩은 더 커 보였습니다.

내심 불안하여 우리는 수를 써보기로 합니다.


아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저씨가 키 재어보자 하면,

뒤꿈치를 살짝 들어볼래?

많이는 아니고, 조금만 들어보면 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곧추세웁니다.

"이렇게? 이렇게? 다리를 들고."


우리는 웃음이 나오지만,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게 꾹꾹 참아내며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응. 맞아. 그렇게 하면 돼.

그래야 엄마 아빠랑 배 탈 수 있어."


줄이 길지 않았기에 곧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냥 넘어가 주는 줄 알았는데

역시나 직원분이 키 재는 잣대를 가져옵니다.

아이를 옆에 세우고, 키를 가해 보는데

아이의 머리가 쑤욱 올라옵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멀뚱히 앞을 보며,

까치발 든 발가락과 종아리에

온 힘과 집중을 모으고 있습니다.

당연히 1m의 턱을 훌쩍 넘어갑니다.


그러나 직원분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습니다.

아이에게 바닥에 뒤꿈치를 붙이게 하고

다시 키를 잽니다.

아슬아슬한데, 손가락 두께만큼 모자랍니다.


결국, 아내와 누나 그리고 조카만 타기로 하고

나는 아이를 안고 돌아와 기다렸습니다.


아이는 무척이나 아쉬워했습니다.

"아빠, 나 배 못 타? 나 배 타고 싶어."


그런 아이를 보는 마음이 안쓰러웠습니다.

"응, 키가 조금 모자라데.

우리 조금 더 키 커서 다시 오자."


아이는 멍하니 놀이기구를 바라보다

물을 달라 합니다.

"아빠, 나 물 줘. 이 물 다 마시면 키 클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쓰여 옆에 있는 회전목마를 같이 탔습니다.

후룸라이드를 함께 타지 못했지만,

아이는 화전목마라도 행복해했습니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부모님께 그 얘기를 하며,

아쉬웠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제가 다시 키 재보고,

우리 얼마나 더 커야 하는지 확인해 보자 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길 바라며,

온 식구가 시끌벅적하게

아이의 키를 재려 준비했습니다.


아이는 키를 재보기 위해 벽에 섰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머리가 또 쑤욱 올라갑니다.

"물 배 탈 때는 이렇게 키를 재야 해."라고 말하며

한껏 뒤꿈치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온 식구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이한테는 하나를 알려줘도

조심히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아이가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아이는 그날 이후로 밥을 먹거나 물을 먹을 때마다

제게 항상 물어봅니다.

"나 키 컸어? 물 배 탈 수 있어?"


한동안을 자신의 목표로 키 크기를 삼고는

계속해서 키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물어봅니다.

"키 크고 싶어?"


"응. 나 키 커서 물 배 탈 거야.

나 키 이만큼 클 거야."


한참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아이는 꼭 키가 크고 말 거라고 말하며

제게 계속 물어보고 있답니다.




[엄마 아빠의 꿈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모두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장래희망과 같이 늘 꿈을 가진 채 살아왔습니다. 그때는 무엇이든 가능해 보였기에 그 꿈이 막연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을 거야. 해보면 돼.'와 같 긍정적인 생각만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말도 안 되는 꿈'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오히려 꿈이 없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떠한 것인지 중요하지 않고, 단지 꿈이면 되었습니다. '이룰 수 없는', '가망이 없는'과 같은 꿈이라고 제한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해마다 나이를 먹었지만, 그만큼 우리는 꿈을 뱉어냈습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시험 치는데 1년을 꼬박 보내는 학창 시절과 달리 어른은 시간과 돈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상황이 다름을 느낍니다. 자유를 가진 만큼 책임이 늘어났습니다. 감당해야 할 책임을 생각하니 꿈을 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이라 하기에 조금 추상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어를 조금 바꿔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목표가 있나요? 오늘 할 목표, 한 달 안에 해야 할 목표, 5년 뒤의 목표처럼 자신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 질문을 제게 던져봤습니다. 대략 올해의 시작쯤이었을 겁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나를 괴롭힌 슬럼프에서 벗어나고자 그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결국 고민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다른 이의 답이라도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한 달간 수십 권의 책을 쉬지 않고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답에 대한 갈망을 미친 듯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목표가 생겼습니다. 바로 '나를 성장하고, 변화시키기'라는 제 삶의 근원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다양한 목표가 눈앞에  또 보였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제 삶을 제가 이끌어 살아보는 첫 경험을 그때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세우니 그다음은 달성할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아이에게서 배웠습니다.


 아이는 키가 커지길 원합니다. '언니처럼 키 클 거야'를 자신의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아이는 자주 제게 묻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을 깊게 생각해 보니, 두 가지를 묻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키가 자라는지와 키가 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입니다. 같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다른 고민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입니다. 원론적인 방법, 이론적인 설명이라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을'은 그 방법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고민이 필요하지만, 중요성을 따진다면 '무엇을'이었습니다.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어떻게'를 통해 방향을 확인하고, '무엇을'을 통해 한 발 내디뎌야 합니다. 작은 걸음이던, 느린 속도이던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누적의 힘을 통해 걸음의 크기는 커지고,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어느새 시작점으로부터 멀리 있고, 도착지로 가까워져 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으로 걷다 보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라옵니다. 시행착오에서 벗어날 방법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려 끝없이 '어떻게'와 '무엇을'을 반복하는 것뿐입니다. 쉽게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않은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을 하면, 어렵기에 그 크기를 떠나 하나의 목표는 도전과 같습니다. 그러니 도전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의지를 다지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불어넣고,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합니다. 그렇게 넘어지거나 멈추지만 않으면 됩니다. 쉽사리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이분법적인 결과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시행착오는 실패라 부를 수도 없습니다. 모두가 다 잘 되어가는 과정에 불과할 뿐입니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딸아이가 물배를 타면 재밌겠다고 말하며, 웃어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그때의 기분과 감정을 떠올려보는 겁니다. 지치지 않게 자신을 끝없이 끌어올리며, 해보면 됩니다. 해서 안 되는 것이 없음을 아는 나이입니다. 다만 내가 그렇게 해 본 경험이 없을 뿐입니다. 어렸을 적 꿈을 가졌던 것처럼, 다시 한번 자신의 목표를 그려보면 어떨까요?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각자 생각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요? 잃을 것에 두려워 말고, 얻을 것을 즐겨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펼쳐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엄마 아빠입니다. 자신은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는 계속해서 꿈을 가지고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바라기만 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고,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주위환경입니다. 원하는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해내야 합니다. 어린 시절 접어둔 꿈, 스치듯 생각만 해 본 꿈까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고이 접어 두었던 것을 하나씩 펼쳐내어 아이와 함께 꿈을 이루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야말로 육아를 하며, 아이와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 아닐까요?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의 후룸라이드를 타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고생하신 이 세상의 엄마 아빠께 꿈 하나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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