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운동 못하는 찌질이인데요, 근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달리다가 걷는 사람들 뭐야? 순서는 중요하지 않아. 끝까지 달려내는 게 이 달리기의 목표인데, 너네 다들 뭐해? 간절하지 않아? 다들 간절해서 여기에 비싼 돈 들여 4박 5일동안 시간 빼면서 온 거 아냐? 그럼 뭐든 열심히 해야지!”
[네가 한 말, 누군가에게는 불편하다. 네 정답이지 내 정답 아니다. 내가 해보니 별로더라.]
“아니, 저 쪼그마한 개새끼도 지 역할 다하겠다고 저렇게 온 몸 다해 왈왈 짖어대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내 마음 하나 못 지켜서 지금까지 이렇게 막내 딸 개고생을 시키는거야? 여기에 뛰게 만든 건 내가 아니고 엄마 아빠네! 아, 짜증나. 자기들이 자기 역할 제대로 했으면 내가 이렇게 아프고 짜증나고 더운 짓 안했을 거 아냐!”
자신을 사랑하라고 울부짖었던 내 안의 화랑이가, 드디어 눈을 반짝 떴다.
“아, 꺼져 제발!”
“아, 미친 진짜 열받아! 다 내 인생에서 제발, 제발 꺼져!”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짜증나!”
[화랑아, 지금 어때. 제발 생각 말고 느껴봐. 어때, 힘들어 안 힘들어?]
나는 대답했다. [힘들어!]
나는 또 묻는다. [그럼 저 새 소리는 어때, 좋아 안 좋아?]
나는 울컥해 대답한다. [좋아! 나 느껴져! 다!]
화랑이는 내게 칭찬한다. [잘했어. 너 너무 예뻐. 기특해.]
[제발 소리내서 울어. 네가 소리 없이 끅끅 눈물만 흘리는 거 보면 내가 더 아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