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죽지 않고 열폭하면서 살기로는 결심했다
요새 하고 싶은 게 없다. 큰일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브런치북을 이만, 끝낼 때가 왔다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더 이상 세상에 불만이 일주일 간격으로 따박따박 생기지 않는단 뜻이다.
세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더라고. 내가 불만덩어리가 되어 부모님께 우울증을 폭로하고, 작은 책 하나를 직접 만들어도 보고, 집도 구하러 다녀보고, 글도 열심히 쓰고, 그새 불면증에도 시달렸고, 연애도 해 봤는데 그대로다. 내가 보는 시야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그래서 억지로 밝게-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부정적인 면을 꼬집어 어디에도 못하는 말들을 쫑알쫑알 글로 쏟아내봤다. 할 말이 매 주 생긴다는 게 신기했다. 이 개떡같은 세상은 한 시도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구나, 싶을 정도로. 세상이 나를 억지로 까내리는 기분.
근데- 세상도 여전하고, 나도 변한 건 없는데 이상하기도 하지. 일주일에 한 번씩 열폭을 하면서 개거품을 물고 짜증난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살았더니 점점 글 쓸 제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엄마도 싫고, 아빠도 밉고, 직장 상사 미친놈이고, 공인중개사는 사기꾼들이고, 집주인은 똥멍청이이며, 나를 알아봐주는 친구 하나 없는 이 머저리같은 인생을 잘 들여다보니 내가 이 와중에 야구방망이로 휘휘 불행을 휘두르며- 있는 대로 얻어맞아가며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마음이 복잡해서 잠을 못 자는 일이 줄었다. 요새는 피곤해서 퍼질러 잔다. 출근하기 정말 싫지만 일어나서 옷을 꾸역꾸역 껴 입는다.
보기 싫은 상사가 오지랖 넓게 말을 걸면 가끔 귀를 닫아버린다. 살이 많이 쪄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일단 2025년의 내가 해 내겠지, 하고 지방을 비축하기로 했다. 글이 쓰기 싫어지면 글조차 내 맘대로 안 써지는 이 몸뚱아리를 타박하기보다 '아 몰랑'을 시전하고 뒹굴뒹굴 핸드폰만 5시간 하다 잠들었다. 덕분에 '이번주 핸드폰 사용량이 10시간 더 늘었습니다!'같은 이상한 경고문구를 맞이했지. 상담선생님과 주기적으로 상담을 하다 결국 엄마 아빠와 2차 현피를 뜨기로 했다. 직접 집에 내려가야겠다 결심해 ktx를 예매했다. 될 대로 되라지. 이런 무책임하고 게으른 나를 보고 남자친구는 자기 몸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고, 잘 한다고 토닥여준다.
여전해, 정말 여전한데 그만 이 이야기는 닫아야겠다. 뭣 같은 희망 없이도, 남들과 비교 여전히 하면서도 나는 이 방탕하고 좁아빠진 이 복잡한 길을 기어서 가고는 있으니까. 2025년 1월 1일 0시가 되어 새나라 새사람이 된 미래의 내가 뭐 좀 어떻게 잘 비벼보지 않을까?
그 날부터 멋진 커리어우먼이 다시 되기로 하고, 나는
12월 2일 오후 4시 54분,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단발 머리의 몸뚱아리를
지금 이 순간에 놓을 줄 알게 됐으므로
개떡같은 세상의 수습 개떡 라이프를 종료하기로 했다.
브런치북 하나쯤 완성해도
달라지지 않은 내 인생을 위하여, 치얼스!
오늘은 소맥에 골뱅이탕이 땡기는 월요일 저녁이다.
먹고 싶은 게 있는 나는, 좀,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