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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해 본 핀란드 문화 그리고 여행기

러시아 강대국과 이웃한 핀란드인들의 문화와 생활 이야기

by 김명주 Oct 14. 2023


딸 대신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습니다. 반납 기계 앞에서 처음 제대로 책의 표지를 보는데 핀란드 작가가 쓴 소설이네요. 평소에 잘 접하기 어려운 지역 문학이기도 하고, 알고 지낸 핀란드 친구 생각도 나서 읽어보자 하고는 반납 대신 도서관 자리를 꽤 차고앉습니다.


싱글맘과 그 장성한 딸, 둘도 없는 모녀지간이었는데, 어느 날 딸의 회사로 경찰들이 찾아옵니다.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엄마 소식과 함께...


특유의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책에 엄마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딸이 알던 엄마가 아닌 다른 모습의 엄마를 발견합니다. 태국 방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제 동남아시아 이민 경험담과 섞여가며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말레이시아 제가 살던 콘도에는 스칸디나비아 3국 엄마들이 몇몇 모여 있었습니다. 남편의 발령으로 아이들과 함께 온 전업맘 들이었는데, 스웨덴에서 온 구닐라, 린다, 레베카, 핀란드에서 온 제니, 노르웨이에서 온 버티. 모두 취학 전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고, 유치원 다녀오면 말레이시아 뜨거운 한낮 열기를 식히는 데에 수영장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약속하지 않아도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하나 둘 수영장에 모여 수다 떠는 엄마들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겨울날인 12월 15일경,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성 루시아 축일(Saint Lucia)이라는 빛의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하얀 드레스에 머리 화관이나 등관을 쓰고 노래하면서 한겨울을 축하하는 날이라지요. 각자 집에서 구운 쿠키나 아이들 간식거리 챙겨 와 같이 놀고는 했었습니다. 우리는 거의 일 년 내내 일조량이 비슷한 적도 근처, 낮 시간 35도에 육박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아이들과 루시아 축일 놀이를 했습니다. 

성 루시아 축일 플레이데이트 by 세반하별


말레이시아에서는 날이 덥기도 하고 중국 화교 출신들이 많다 보니 그들 문화대로 주로 나가 사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스칸디나비아 엄마들은 집에서 빵 굽고 미싱으로 침구며 애들 옷 만들고 유난했습니다. 이 또한 이유를 들어보니 긴 겨울밤 유희가 필요하여 취미들이 다양하고, 인건비가 비싸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핀란드에서 온 제니는 유독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운동시간이 항상 정해져 있고, 저녁식사시간은 오후 4시. 잠들기 전 오후 8시 반경 따뜻한 우유 한 잔에 비스킷 한 조각. 규칙적이고 빠짐없이 하루를 사는, 전업주부이지만 군 생활 경험이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다른 친구들 말이 제니는 전형적인 핀란드 사람이라며 웃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모르던 나를 집 근처 짐에 등록시키고 공원 뛸 때 불러내던 이도 핀란드인 제니였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아하면 바로 운동 클럽으로 쫓아낸다고 하는데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습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고 역사적으로 겨울전쟁 등을 치르면서 주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인구수지만 핀란드인 모두를 건강한 인적자원으로 키우겠다는 정신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습니다. 국가 기본 교육 목표 아래 선진 맞춤 교육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인 곳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의 경우 국가 보조로 개인교사를 배정하기도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핀란드는 나토(NATO)에 가입합니다. 그들의 불안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차를 타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헬싱키로 향합니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핀란드에 진입한 순간, 기차 내로 핀란드 국경수비대가 각 여행객들의 여권과 신원 체크를 시작합니다. 역무원이 내 여권을 돌려주면서 밝은 미소와 함께 "Welcome to Finland"라고 하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우선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던 러시아말이 아닌 이해할 수 있는 영어였기에 그랬던 것 같고, 물론 우랄산맥을 넘어 모스크바부터는 유럽이라고 한다지만, 핀란드에 도착하니 이제 정말 유럽땅에 진입했구나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은 2박 3일간 헬싱키 시내에 숙소를 잡고 쉬면서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대표 국가인 핀란드.  물가가 너무나 비싸서 깜짝 놀랐습니다. 도착 첫날, 익숙한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가 있어 저녁 식사로 take-away 주문하는데 명세서를 보니 어디 레스토랑에 제대로 앉아서 식사한 것 마냥 숫자가 찍혀 나옵니다.


러시아 도심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레닌 동상 대신 아이들과 함께하는 어머니상, 지역 유명인들의 온화한 표정의 동상들을 보니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세상은 공산주의 국가와는 확연히 다르구나 느껴집니다.

헬싱키 도심 전경 by 세반하별헬싱키 도심 전경 by 세반하별

헬싱키 외곽에 사는 제니가 도심까지 나와줘서 잠깐 상봉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아들내미와 내 딸들의 성장기를 나누며 한참 웃기도 하고, 잠깐이었지만 참 특별한 친구와의 만남도 가져봤습니다. 말레이시아 공기질이 좋지 않다고 푸념했던 제니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북유럽은 인구밀도가 낮고,  북반구 특유의 공기는 상쾌하고 가벼운 느낌입니다. 그와 비교해 보니 말레시아 공기는 무겁고 후덥지근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과일향이 나는 듯한 그 느낌도 저는 좋았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지만, 사실 수도 헬싱키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다음여행을 준비합니다. 페리를 타고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일정입니다. 그리고는 비행기를 타고 영국 브리스톨에 도착하면 이번 이민 대장정은 마무리됩니다.  


페리에 탑승하기 전 특별한 음식이 없나 둘어보다가 Moose파이가 있길래 하나, 삶은 감자와 생선튀김을 같이 볶은 모둠 생선볶음 하나를 주문해 봅니다. Moose파이는 특유의 사슴 고기향이 강해 고기는 역시 쇠고기지 말이 절로 나오고,  모둠생선볶음은 빙어 튀김 맛이 나서 너무나 맛있었던 기억이 남습니다. 짧았지만 헬싱키에서의 좋은 기억을 안고 페리에 승선합니다.


배불리 저녁식사를 하고 피곤한 아이들은 케빈에서 쉬도록 하고는 짝꿍과 칵테일 한잔하러 바에 앉았는데, 나이 드신 영국신사분이 구슬프게 "MY WAY"를 부릅니다. 점점 더 제3의 고향이 될 영국땅에 가까워지며 우리에게는 어떤 "Our way"가 펼쳐질까... 피곤하고 알딸딸하니 노곤한 기분 좋은 2019년 5월의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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