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게 남는 삶&묘사하는 마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자주 낙심했다. 문장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어설펐고, 표현도 어딘가 촌스러워 보였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아 혼자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행착오와 부족함은 결국 지금의 나를 단련시킨 시간이었다.
좋은 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쓰고, 문장을 다듬고, 다시 고치는 반복의 시간이 쌓여야 한다. 연습은 우리 안의 감각을 깨우고,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
지금도 부족함이 많은 문장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쓴다. 일단 쓰고, 또 쓴다.
물론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제인 오스틴이 되고, 톨스토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그리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반복되는 손놀림 속에서 언젠가 단단한 문장이 살아난다.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늘도 글을 썼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여전히 문장 옆에 서 있다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특별한 순간보다 지루한 연습을 견디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매일 한 문장이라도, 내 마음에서 끌어낸 언어를 종이와 키보드 위에 올리는 그 연습이, 결국 나의 문장을 빛나게 할 것이다.
완벽한 글보다 중요한 건, 계속 쓰는 연습이다. 나를 단련하는 이 시간들이야말로, 결국 가장 단단한 문장을 만들어줄 것이다.
1
사랑이 깊었던 만큼, 의심도 더 깊었다. 그 순간들이 가시처럼 프시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 달콤한 속삭임이 진심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에로스를 향한 그리움은 봄날 꽃봉오리처럼 조용히 피어났지만,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곳엔 찬 바람만이 매섭게 불고 있었다.
"아, 진짜… 하필 지금 기억이 돌아오는 거야?!"
일렁이는 달빛 아래, 전생의 기억과 씁쓸한 현실 사이에서 그녀는 휘청거렸다. 그때도, 지금도, 그의 사랑을 믿지 못했던 자신이 모든 걸 망쳐놓았다. 책상 위에 놓인 이혼서류가 조롱하듯 시야를 맴돌았다.
"…잠깐만. 까짓 거, 이혼 안 한다고 버티면 되잖아"
2
거울 앞, 아이는 조심스레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렸다. 보송보송한 천이 손끝에서 부드럽게 춤을 췄다. 마치 막 날개를 펼친 나비처럼. 몸을 빙그르르 돌리자, 하늘하늘한 드레스가 작은 소용돌이를 그렸다.
'이 귀여운 꼬마가 자라서 악녀가 된다는 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거울 속의 작은 프시케는 너무도 맑고 사랑스러웠다. 원작 그대로 살기엔 너무도 순수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른 채, 밝은 웃음을 짓는 이 작은 나비에게 다른 날갯짓을 허락해주고 싶었다.
3
테이블 위에 놓인 꽃다발에서 그녀의 미소가 피어났다. 웃음처럼 피어오른 향기엔 어쩐지 가슴을 찌르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 그는 문득 떠오른 기억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그녀가 곁에 없는데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재 속에서 더 짙어진 감정이, 꽃잎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