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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글구려병을 끝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

내 글이 마음에 안 들 때 꼭 읽으세요

by 윤채

글을 쓰기 시작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내 글은 왜 이렇게 촌스러운 거야... 왜 이따위로 썼지?"



처음엔 좋았던 문장도 하루 지나면 어색하고, 이틀 뒤엔 부끄럽고, 삼일쯤 되면 모니터를 닫고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마치 내가 쓴 문장이 아니라 낯선 누군가의 유치한 고백 같고 "이런 글을 누가 읽겠어"라는 자책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이른바 '내글구려병'이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과거엔 이 병이 나만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글을 오래 쓴 선배들도 다들 비슷한 말을 한다.



"그 병은 평생 따라다녀. 다만, 예전보다 덜 휘둘릴 뿐이지."






나도 이제는 '내글구려병'이란 불청객이 찾아와도 과거보다 흔들리지 않는다.



사실 내 글이 별로인 것처럼 보이는 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글을 보는 눈이 자라났다는 증거이자 더 성장할 시기리는 반가운 시그널이다.



처음엔 모든 글이 다 멋져 보이지만 계속 읽고 쓰다 보면 기준이 생긴다. 미묘한 리듬, 문장 사이의 간격, 비유의 세련됨, 감정의 흐름. 그런 걸 느끼는 감각이 생기면서 '내 글이 부족하다'는 자의식도 함께 커진다.



"내 글은 왜 이렇게 구리지"라는 탄식은 성장통이다. 그걸 지나야 더 좋은 글에 닿는다. 그러다 보면 '내글구려병'이 불청객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친구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갑진 않을지라도..)






<더 빅토리 북>에서 이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든 인생이든 결국 똑같다. 가장 겁 없는 놈들만 남는다."



나는 이 문장을 글쓰기에도 그대로 빌려오고 싶다.



"글쓰기도 똑같다. 가장 겁 없이 쓰는 사람만 남는다."



많은 이들이 글을 쓰다 멈춘다. 너무 유치해서, 표현이 뻔해서, 부끄러워서.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면, 그런 '구림'을 안고도 끝까지 써내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설퍼도, 일단 끝까지 가보는 용기로 나를 이끌면, 결국 나의 글 자산이 쌓인다.



특히, 글이 부끄러운 시기일수록 더 많이 써야 한다.



문장을 지우지 말고, 계속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촌스러워 보이는 문장이, 몇 달 후에는 분명 더 단단한 문장으로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내글구려병'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계속 쓰는 것이다. 뭐라도 쓰는 것이고, 대충이라도 일단 써보는 것이다.






글은 써야만 자란다. 머릿속에서 고치고 고민하는 건 문장력을 키우지 않는다. 손을 움직여야 한다. 쓰고, 다시 읽고, 고치고, 부끄러워하고, 또 쓰는 반복 속에서 글은 단단해진다.



'내글구려병'은 결코 부끄러운 증상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만이 앓는 귀한 신호이다. 문제는 그 병에 눌려 글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부끄러움을 감수하며 다시 자판을 두드리느냐다.



정 글이 안 써져도 '오늘도 나는 구린 글이라도 쓴다'라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유쾌한 마음을 가진다면 좋겠다. 어쨌든 '쓰고 있다'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사람은 어제보다 나은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구려도 일단 쓰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걸 반복하는 사람만이 끝까지 쓰는 존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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