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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낮으면 개소리가 나올지도

독서와 글쓰가 당신의 미래다 (1)

by 윤채
이해하기 어렵게 글을 쓰지 마세요.



A가 내 글을 피드백하며 던진 말이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마치 내 글이 형편없는 글이라도 되는 듯한 어조였다.



'내 글이 그렇게 어려운가?'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문장도 간결했고, 핵심도 명확했다. (챗GPT도 인정했다.)



그런데도 A는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 황당했던 건 그다음이었다.



A는 글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짜깁기해 엉뚱한 피드백을 내놓았다. 그리고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마치 내 글이 문제인 것처럼 몰아갔다.



"이렇게 쓸 거면 그냥 쓰지 마세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글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A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자주 쓰이는 클리셰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면 공부를 하거나 더 많은 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오히려 내 실력을 문제 삼았다. 마치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그게 곧 '잘못된 글'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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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문해력이 낮으면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된 해석을 하거나 감정에 따라 글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A도 그랬다. 그는 내 글을 글 자체로 읽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덧씌워 엉뚱하게 해석했다.



예를 들어, 내가 한 캐릭터를 두고 "때로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다"라고 썼을 때, A는 이를 "착하게 살면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나는 그런 뜻으로 쓴 것이 아니었지만, A는 본인의 선입견을 덧씌워 읽었던 것이다. (그 당시 원고가 아닌 임의로 예시를 든 것이다.)



사실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은 이런 식의 ‘개소리’를 자주 만들어낸다.



원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니,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엉뚱한 논리를 펼친다. 이를테면,


"여자는 사회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 "남자는 힘들지 않다는 거야?"

"책을 많이 읽으면 사고력이 확장된다." → "책 안 읽는 사람은 다 멍청하다는 거네?"

"영화 속 주인공의 선택은 옳지 않았다." → "그럼 그 사람을 비난하겠다는 거야?"


이처럼 글과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논리를 비틀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본인이 이해한 내용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엉뚱한 주장까지 펼치면 주변 사람들은 진땀을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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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낮으면
개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 문장이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휩쓸리고,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신봉하며, 심지어 타인을 공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본인의 해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거짓된 논리를 확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왜 높여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고, 타인의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계약서의 내용을 해석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가짜 뉴스나 왜곡된 정보를 접했을 때, 이를 분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퍼뜨릴 위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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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이다. 다양한 글을 읽으며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고,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타인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감정이 아닌 논리로 이해하려는 자세도 중요하다.



A와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글을 잘 쓰는 것만큼이나,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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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변에 상대방의 말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한 번 더 점검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불필요한 '개소리'를 줄이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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