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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이기는 갱년기

by 김제니 Dec 08. 2024

갱년기는 참 이상한 시기다아무 이유 없이 울컥 눈물이 나고어제는 괜찮던 말이 오늘은 가슴에 콕 박힌다사춘기 때 느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다시 타는 것 같지만몸은 예전 같지 않아서 금세 지친다.

아들이 중 때였다아침부터 우린 티격태격했다내가 학교 준비하라”라고 재촉하자아들은 좀 알아서 할게요!”라며 짜증을 냈다순간 나도 화가 치밀었다. “그럴 거면 학교 그만둬소리 지르고 나니 속이 후련한 게 아니라 더 쓰렸다아들은 무표정하게 방문을 닫아버렸고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  억울했다눈물이 울컥 쏟아졌다이렇게 기운 빠진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이제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서러웠다.

그런데 저녁 무렵아들이 나를 부르더니 뜻밖의 말을 했다. “엄마오늘 제가 좀 심했죠미안해요.” 그 말 뒤에 아들이 덧붙였다. “엄마 요즘 자주 힘들어 보이던데… 저도 알거든요그래서 더 잘해야 되는데 제가 자꾸 엄마 속상하게 해서 죄송해요.”

그 순간마음속 뭔가가 와르르 무너졌다예상치 못한 아들의 사과에 감정이 폭발해, “엄마가 오히려 미안해라는 말만 겨우 내뱉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아들이 당황해서 내 어깨를 토닥였다작은 손길이지만 얼마나 따뜻하고 다정했던지.

그날 이후로 아들은 사소한 것에 짜증을 내다가도어느 순간부터 엄마 괜찮아요?” 하고 묻곤 했다사춘기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갱년기의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안쓰러웠다.

사춘기와 갱년기는 둘 다 쉽게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다감정이 널뛰고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어렵다하지만 그 두 시기가 만나는 집안에서우리 모자는 조금씩 상대방을 배워갔다엄마도 완벽하지 않았고아들도 그랬다서로 다투고 삐지고그러다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

갱년기의 나는 아들에게 종종 짐처럼 느껴질지 모른다하지만 아들은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한 발 더 다가오고나는 그런 아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사춘기 아들과 갱년기 엄마가 함께 맞춰 나가는 시간은 힘들지만그 안에서 자라는 사랑은 더 단단해졌다.

그날 아들이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다. “엄마 힘든 거 알아요그래서 제가 더 잘할게요.” 그 말은 나를 울게 했고동시에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사춘기를 이기는 갱년기는 아들의 다정한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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