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아버지의 자리는
골목길 가로등
임현숙
모두가 퇴근하는 시각 출근한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침침한 눈으로 어둠을 밝히며
습관처럼 발소리를 매만진다
취업에 고민하는 젊은이의 처진 어깨
긴 그림자로 끌어안고
곤드레만드레 아저씨 걱정스레 쏘아보며
고물 줍는 할머니 굽은 등이 밤하늘보다 더 무거워
빈 수레바퀴를 굴리는 눈길
딸아이가 돌아올 무렵이면 두 눈 부릅뜨고
더욱 열심히 안경알을 닦는다
허름한 하루하루 말없이 다독이다 보면
이따금 슬퍼져 눈을 껌뻑인다
그들이 곤히 잠든 후에도
골목을 지키는
아버지의 자상한 눈빛이다.
-림(2017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