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여름 Jun 20. 2024

어떤 일의 시작은 결핍에서 왔다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 (-1) x (-1) = (+1)이라는 인생 수학

5년 후 오늘 여러분이 마주할 환경, 감정, 관계를 표현하는 각 단어와 문장을 총 3가지로 서술해 주세요.
(풍부한 관심사를 가진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내용을 물어보려다 보니 열린 질문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눈앞에 모르는 것이 다가왔을 때 어떤 마음이 따라오나요? 


제게는 익숙하고 한결같은 감정이 자리 잡습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물을 채우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획을 세우려는 사고가 이어집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결핍과 불안입니다. 우리에게 꽤나 부정적이라고 비치는 두 마음의 이면에는 효능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시간과 잠이라는 자원을 써서라도 조금은 알고 있다는 감각과 궁금한 점이 생기는 변화를 좋아합니다. 사회 속에서 저는 제 힘이 닿는 데까지 통제력과 실행력을 써보고 싶어 합니다. 회사와 함께 일하면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에 이유를 찾는 것도 결핍에서 왔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이지만 제 결핍이 사람들과 또 상황과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내는지 보는 것까지 삶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쩐지 호기심이라는 밝고 건강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기나긴 강박이 섞여있습니다.


결핍의 유명한 친구는 불안입니다. 잘해보고 싶은 다짐이 오히려 우리를 붙잡을 때가 있고요, 끝이 안 보이는 시야는 우리를 주저앉힐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회사로 세계관이 바뀌기 전후 달라진 저의 마음 챙김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1. 보통의 재정의

새내기일 때 물 먹은 옷의 무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파하는 지인과 함께 지내면서 저도 모르게 상처될 말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의 책과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예기불안부터 공황발작까지 넓은 세계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숨을 몰아쉬는 옆에서 괜찮다고 꼭 안아주는 것, 그저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 자체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언급하는 것, 병원의 문턱을 낮춰보는 것만으로도 회복하고 일상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벽장 속에서 나온 이들도 좁은 우물 속에서 헤엄치던 저에게 높은 하늘을 선보였습니다.


감은 눈과 닫힌 귀가 열린 계기는 낯선 것을 받아들이도록 빠르게 변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부족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던 보통의 이름과 평범의 얼굴은 회색빛에서 무지개가 되었습니다.




2. 완벽과의 화해, 그리고 관객과의 거리 유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걸 구분하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야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가 아니어서 도토리를 모으고 긴 휴식기에 돌입하기 어려운데 오늘만 살 것처럼 집착적으로 일정을 소화해 왔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시나리오대로 제 인생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 때 조바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밤새워 공부한 시험 보러 가는 날 법전과 계산기를 두고 오고, 끝마치고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어서 서러웠는데 지금 돌아보면 빌리면 그만이었고 자책한다고 장면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파서 보내는 휴식은 오늘 하루가 밀린 게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힘을 준 거였습니다. 학점이 도서관에서 저와 제 동기들을 웃고 울렸는데, 이제는 바꿀 수 없는 점수를 보면서 때로는 고맙지만 그토록 긴 밤을 과한 스트레스에 가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공부만 해서 학점만 높은 모습이 싫어서 무리하게 공모전, 대외활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가만히 있을 때 텅 빈 저를 사람들의 시선에 맞지 않는 모습이라고 숨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배우는 점 중 하나는 시청자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어진다는 겁니다.

차도 (공차 매장도) 공들여 만드는데 마음을 힘들여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5월 오픈한다고 했던 공차는 6월 중순 오픈했는데요, 늦어도 문제가 되지 않고 괜찮습니다.)


이제 결핍과 불안에서 자유로워졌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여유는 만들고 있다는 답변을 드립니다.


요즘 여러분의 기력을 빼앗아가는 감정의 재료는 무엇인가요? 마음에 이름을 붙이고 서사를 부여하다 보면 어느새 없던 에너지도 생길 수 있으오늘 여러분의 진심을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그러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왜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럴까. 불안해서, 사는 내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어져도 당장은 걸어야 하는 게 삶이어서 계속 터덜터덜 걸었다.  

그거 알아? 비행기를 만들 때 테이프와 커터칼도 쓴다는 거.  사람들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진짜 항공기 말이야. 결국은 세상 일이 그런 법인 것 같더라고. 크고 대단해 보이는 일도 실은 그런 시시한 재료와 작은 돌봄들이 있어야 다 굴러간다는 거야

- 양해민 작가님(오마르), 이게 다 외로워서 그래 中 -
한계를 인정하면 한계가 높아집니다.

감정에는 좋고 나쁨도 옳고 그름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만이 있을 뿐이지요.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오히려 지극히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 김아라 작가님(임상심리사),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 中 -
이전 24화 시장의 추위를 피하고 싶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