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 문장은 오랫동안 꺼내지 않은 코트의 주머니 안쪽처럼,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곳에서 무언가 손에 잡히는 감각으로 돌아온다. 손끝에 걸리는 건, 오래전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단추 하나 혹은 이름 없는 동전처럼 작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나를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감정의 조각이다. 나는 그 안에서 오래된 나의 숨결을 다시 만난다.
우리는 평생을 두고 사랑이라는 질문 앞에 머문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다시 사랑하려 애쓰는 그 모든 순간은 어쩌면 이 하나의 물음으로 향하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처음엔 늘 타인을 향한다. 그가 얼마나 따뜻한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말로 내 하루를 채우는지. 우리는 상대를 중심에 두고 관계를 그려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은 다른 질문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어떤 나인가?”
“나는 그를 사랑하면서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
어느 날 문득,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를 향한 내 마음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그와 함께 있는 동안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그 곁에 있을 때 나는 편안한가.'
'나답게 말할 수 있는가.'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침묵도 마음의 일부처럼 느껴지는가.'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나를, 내가 아끼고 있는가.'
사랑은 타인을 향하는 동시에,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감정이다.
진정한 사랑은, 그 사람을 통해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 순간에 태어난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내 마음의 결이 더 온유해지고 나를 더 잘 돌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면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라 말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자신을 잃고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우는 일이다. 애써 맞추고, 조용히 참고, 마음을 눌러가며 관계를 유지하려 할 때, 나는 점점 나와 멀어진다.
진정한 사랑은 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더 뚜렷하게 존재하게 하는 감정이다.
그 사람과 있을 때, 나는 내가 싫어했던 나의 모습까지도 꺼내 보게 되고, 그 상처마저 가만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그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를 사랑하면서 내 안의 진실과 다시 연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 사람을 통해 나를 비추는 어떤 조용한 빛처럼 다가온다.
그 눈빛에서, 그 말투에서, 그 옆에 있을 때의 공기에서 나는 내 오래된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나를 껴안는다. 그를 향한 따뜻함이, 어느새 나를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의 관계는 결국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길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람.
그 곁에 있을 때 나는 더 나다워지고,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그렇게 있어도 좋다고 느껴지는 관계.
그것이야말로 가장 조용하고 깊은 사랑이다.
우리는 종종 사랑이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이라 믿지만,
진짜 사랑은
두 사람이 각자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서로의 자유를 허용하고,
고요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어떤 사랑은 나를 애쓰게 만들고,
어떤 사랑은 나를 잊게 만들지만,
진정한 사랑은 나를 기억나게 한다.
내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
그 모든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사람.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정의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 곁에 있음으로써 내가 나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상태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있을 때의 나를, 내가 얼마나 아끼게 되는지를 바라보면 된다.
그는 나에게 무언가를 주지 않아도 된다.
말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함께 있는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미소 지을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