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귀찮고 까탈한 자를 위하여
저속노화 동네에서 유행하는 김 양배추 샐러드를 해 보았다.
해 먹기까지 꽤 오래 주저했는데,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하찮은 경험기와 팁을 공유해 본다. 결론은 부스러기가 싫어 평소 김을 먹지 않는 사람도 해볼 만하다.
주저/고민한 이유:
조미김인가 조미 안 한 김가루인가?
김가루는 부서지고 날리지 않을까?
조미김이라면 기름이 묻어있는데. 손에 묻고 그릇에 묻고 으.
집에 믹싱볼로 쓸만한 그릇이 없다. 손으로 무치는 거 안 한다.
비닐에 재료 넣어 부수고 쉐킷?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한다. 먹을 때마다 비닐봉지 하나씩 버리기도 아깝고. 음식 찌꺼기가 묻은 비닐을 며칠씩 쓰레기통에 넣어두는 것도 꺼림칙. 그렇다고 뒤집어 씻어서 말려 분리수거하려니 뒤처리가 너무너무 번거롭다.
그럼에도 다들 맛있다고 극찬하길래 결국 궁금해서 해봤다.
재료:
저스트그린 간편 양배추 280g. 2,990원. 비마트, 컬리, 쓱 새벽배송 등에서 구매 가능. 세척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광천 조미하지 않아 담백한 구운 김가루 50g. 3,400원. 오아시스마켓. 조미하지 않았다. 기름이 없다. 굿. 그래서 팔랑팔랑 쉽게 날릴 수 있다는 건 주의. 양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
제조:
양배추 한 줌 깔고, 김가루 한 줌 얹고, 양배추 한 줌 깔고, 김가루 한 줌 얹고. 끝. 그러면 섞을 필요 없다. 젓가락으로 먹을 때 자연스럽게 골고루 섞인다. 뒤섞지 않으니 휘날릴 일도 없다. 김을 얹을 때나 먹을 때 조금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재채기라도 하면 큰일. 의외로 손으로 집어도 김가루가 거의 들러붙지 않았다. 미세한 가루는 싱크대에서 톡톡 손을 털어주면 됨.
남들은 조미 김가루를 사용했나 보다.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다더니 그렇게 맛있지 않다. 그냥 양배추와 김 맛. 그래도 몇 번 먹다 보면 김의 고소한 맛에 그냥도 먹을만하다. 섭섭하면 후춧가루나 들깻가루 등을 뿌려 먹어도 좋다. 후추 추천. 소금 넣으면 더 맛있고. 마찬가지로 맨 위에만 뿌려도 먹을 때 잘 섞인다.
여기서 포인트는 저스트그린 양배추 채라고 생각한다. 세척하지 않으니 물기가 없어서 김가루가 그릇에 들어붙지 않고 후춧가루 등도 뭉치지 않고 틈새로 잘 퍼진다. 젓가락으로 99프로 집어 먹을 수 있고, 마지막에 조금 부스러기 남는 건 티스푼으로 긁어먹으면 깔끔하게 흔적 없이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