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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써 내려간 치유의 기록

호텔 아르바이트에서 찾은 청년의 성장과 나눔

by 제로 Mar 30. 2025

2년 전, 어느 마을에 사는 한 청년은 집에서 쉬기만 할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호텔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호텔 아르바이트가 힘들다”는 말이 많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렀지만, 직원들은 그의 부족함을 이해해 주었고 기꺼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었다. 청년 또한 ‘급여 이상의 가치를 고용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분주히 움직였고, 그렇게 분주한 가운데서도 묘한 해방감과 보람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은 학교에서 크고 작은 괴롭힘을 당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얼굴을 맞고 물건을 빼앗기는 등의 폭력적인 괴롭힘은 그를 매일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게 했다. 부모님 앞에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애써 웃어 보였지만, 마음 깊숙이 남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하던 그는 꾸준히 높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괴롭힘이 극심해질수록 성적도 함께 떨어졌다. 결국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했고, 낯선 환경 속에서도 폭력의 고리는 끊기지 않았다. 남아 있던 의욕마저 사라져 버리면서 어느 대학에도 합격하지 못하게 됐고,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우울증과 강박증이 심각해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고통이 깊어지자 결국 대학교에 입학한 뒤 휴학을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했다. 청년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없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호텔 아르바이트를 결심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불안과 두려움을 잠시라도 떨쳐내기 위한 강박적 행동이었다. 들쭉날쭉하고 상처투성이인 손톱은, 사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호텔에서 일하면서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서툰 그의 움직임에도 직원들과 손님들은 이해하고 배려해 주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식기를 닦고 세팅해야 하는 일은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일을 익힐수록 청년의 손은 점점 능숙해졌다. ‘손’을 통해 타인을 돕고 함께 일하는 경험은 두려움보다 자신감을 더 크게 키워주었다.


심지어 능력과 태도를 인정받아 정직원 제안을 세 번이나 받은 적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칭찬이었던 터라, 그의 마음에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쁨이 활짝 피어났다. 자연스레 불안과 함께 사라지던 손톱 물어뜯는 버릇도 조금씩 옅어졌다.


호텔에서 일하다 보니, 청년과 비슷한 상황을 겪는 동료들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등,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청년은 그들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면 무조건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다. “내가 겪었던 고통을 누군가가 들어주기만 했어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공감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자신의 적은 급여 중 일부를 떼어 음료수나 간식을 사서 동료들과 나누곤 했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친절과 배려를 다시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호텔 일 이외에도 크리스천 NGO 단체를 통해 결연 아동을 후원하고, 해외 선교사들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었다. 남는 생활비는 거의 없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훨씬 풍족해졌다. 나눌수록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바쁜 아르바이트 생활 속에서도 책 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고, 자신이 받은 따뜻한 손길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짧은 글을 하나둘씩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글이 꽤 쌓였고, 카카오톡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인정을 받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던 ‘손’은 이제 호텔에서의 경험과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의 손이 겪어온 상처와 회복의 과정이 글에 고스란히 묻어났고, 그 사실 자체가 또 다른 치유가 되어주었다. 손톱을 물어뜯던 습관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언젠가부터는 누군가의 시선이나 ‘다른 사람의 손길’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여전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힘들 때도 없지는 않지만, 과거처럼 ‘남들의 손’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다양한 환경과 생각을 배우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과 안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기록해 온 ‘손’이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는 점이 그에게 큰 위안이 된다. 손톱을 물어뜯던 상처투성이 손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고, 글을 쓰며 희망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오늘도 이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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