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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수 Oct 22. 2023

붕어빵

추운 사회 속 소소한 따뜻함이 필요할 때 처방합니다.

높은 건물 숲 속, 어느덧 손끝이 시린 것을 넘어 아려오고, 코끝은 빨개져 아플 때 가장 반가운 존재가 있습니다.


붕어빵 2마리 1,000원


회색 빛깔의 세상 속에서 유난히 빨갛고 노란 천막에 걸려있는 현수막, 코트 안주머니에 있던 지갑을 꺼내 지폐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시린 날엔 지갑 속 천 원짜리 지폐는 필수입니다.


붕어빵 3,000원어치 주세요


어렸을 적 먹었던 가격보다는 많이 비싸졌지만, 시린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함은 그대로입니다. 따뜻함을 넘어서 뜨거운 종이 봉다리를 받으니, 얼었던 손 끝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 느낌입니다.


와 붕어빵 진짜 오랜만이다. 엄청 뜨겁네


한 손에 방금 구워 겉이 바삭한 붕어빵을 들고 입으로 조금 떼어먹습니다. 차가운 공기덕에 한입 베어 물자 뜨거운 김이 붕어빵 단면에서 모락모락 납니다. 호호 불어가며 조금 더 베어 물자 팥앙금이 나오며 달콤함이 추가됩니다.


진짜 3,000원의 행복이다 이거.


높은 건물, 회색 빛깔 사회 속에서 얼었던 손끝과 마음이 따뜻한 붕어빵 한 마리에 제 온도를 찾아갑니다. 한 마리, 한 마리 소소한 따뜻함을 먹어가며 차갑게만 보이던 바깥 풍경들도 조금은 따뜻하게 보입니다.


아프도록 추운 세상과 생활 속에서 소소한 따뜻함이 필요할 때, 가슴속에 품은 천 원짜리로 붕어빵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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