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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수 Sep 16. 2023

4샷 아메리카노

과음으로 정신을 집에 두고 왔을 때, 킹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처방합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제일 큰 사이즈로 하나 주세요. 4샷 맞죠?


회식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 지나치게 과음한 다음 날도 출근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무거운 몸은 어찌어찌 회사 앞까지 끌고 왔지만, 정신은 어제 그 술자리에 남아있는지, 내 방 침대 위에서 아직 곤히 자고 있는지 함께 오진 못한 것 같습니다.

 

카드..어? 운전면허증이 왜 여깄어.. 카카오페이 되죠? 카카오페이로 할게요

 

빈속에 커피는 독이라는 걸 알지만, 어딘가에 놓고 온 정신을 얼른 불러와야 합니다. 아무리 숙취가 심해도 돈은 벌어야 하는데, 이 상태면 프로 K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거든요.

두 손으로 들어도 무거운 1L짜리 커피를 들고 커피만큼 무거운 몸을 이끌어 회사로 향합니다.

 

혜수대리, 어제 술 마셨어?

 

아 네, 어제 좀 많이 마셨네요

 

이제 회사 동료들은 제가 이 사이즈의 커피를 들고 출근하면,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 한없이 무거웠던 커피와 몸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켜며 커피를 한 모금 쭉 들이켭니다.

커피 한 모금에 정신이 5% 정도 돌아옵니다. 무거웠던 몸도 조금씩 원래의 무게로 돌아오는 게 느껴집니다. 9시 5분 전, 무리해서 반을 마시고 났더니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대신 얻은 건 다량의 카페인과 조금의 심장 두근거림, 그 정도?


카페인의 힘을 빌려, 어제 과음해 힘든 오늘도 프로 K-직장인의 모습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전날 과음을 하거나, 잠을 못 자 피곤해도 일은 해야 하는 K 직장인 분들,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지 못한 채 출근한 오늘, 4샷 아이스 아메리카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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