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하늘의 도움일 것이다. 풍성한 추수를 위해서는 인간의 힘과 노력만으로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풍년을 위한 기후 조건, 특히 적절한 비, 기온, 바람 등은 인력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농작물을 재배하다 보면 적당한 시기에, 적당량의 '비'가 내려야 한다. 모심기를 비롯해, 원활한 벼의 재배와 성장을 위해서는 물의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작물의 성장 시기에 맞게 내리는 '비'는 꼭 필요하지만, 추수 등에 내리는 '비'는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해로운 비가 된다. '이로운 비'가 올 때에는 농부의 간절한 염원이 이루어져 감사하다. 반면, 어느 때에는 소낙비가 내려서 농부를 걱정시키는 '해로운 비'가 되기도 한다.
자녀양육을 농사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식농사”라는 말이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농사를 하는 농부들이 하듯이, 부모도 자녀 양육을 할 때, 일상적인 돌봄 만으로 모든 양육이 다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농사에 시기적절한 물의 공급이 필수적이듯이 자녀양육에도 시기적절한 부모의 훈육과 애정, 돌봄과 같은 적절한 '비'가 필요하다. 철 따라 내리는 비와, 흡족한 큰 비를 기다리는 필요에 따른 농부의 염원처럼, 하늘의 축복을 간구하며 노심초사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심성을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를 양육할 때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로운 비’를 갈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이로운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자녀의 때'를 기다리는 것일 것이다. 시간을 주도하고 서두르며 번잡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히 희생적 사랑과 고통이 필요하다. 이것은 마치 때가 차면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알속의 병아리가 쪼는 것과 봉방에서 자라던 어린 벌이 밀랍으로 된 봉방을 뚫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같다. 병아리는 혼자의 힘으로 껍질을 깨기 어렵지만 어미닭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껍질을 깨고 달걀에서 나올 수 있다. 이런 사투를 이겨낸 벌과 병아리만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아갈 수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일이 순조롭게 완성됨을 의미하는 줄탁동시 (啐啄同時)이다. 이처럼, 양육은 자녀의 내부적 역량을 독려하고 강권하는 부모와 풍년을 위한 적절한 비와 같은 외부적 환경이 적절히 조화돼 창조된다.
한편, 하늘이 '이로운 비'를 내려주기를 기다리는 농부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거나 '기우제'에만 열성을 부리고 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자식농사를 짓는다'는 엄마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엄마는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잘 있어주고’, ‘자녀의 감정적인 지지대로서 잘 버텨주는 것’이다. (이것을 전업주부처럼 집에 여성들이 들어앉아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퉁' 치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릴 런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진리는 단순하고, 모든 자연의 순리처럼 꽤나 명쾌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지만 아주 중요한 일인, 자녀의 일상을 관찰하고, 자녀가 보이는 특정한 행동에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관찰’의 중요성은 모든 사회과학과 교육분야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skills)들 중 하나이다. 연구의 관찰대상을 정하면 모든 연구원들은 관찰하고, 그중에서 유의미한 특징을 자신만의 특별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 관찰한 것을 논리적 결과물로 풀어낸다. 같은 이유로 마더링에서도 ‘질적, 양적 관찰’을 해야 자녀가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자녀의 일상을 잘 관찰해야 자녀가 보이는 특정한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그래야 아이의 꿈을 이해하고, 같이 꿈꾸고, 아이가 소망하는 그 꿈을 위해 함께 기꺼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나눈다. 결국, 자녀의 성공으로 이끄는 ‘파트너’의 자리까지 간다.
사실, 미더링을 잘하는 엄마들은 꽤나 모험적이고 다소 도전적이기까지 하다. 그들은 자녀가 현재의 생각과 상황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지금 가장 안심되는 것에서 벗어나보는 도전을 제안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사실, 자녀의 최고의 기량을 보이기 위한 준비는 놀랍게도, 이처럼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담대함' (Audacity)라는 것을 현명한 그들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존귀하게 여기고있다고 믿는 자녀는 활기차다. 부모의 '조용한 열심'이 힘든 학업으로 꽉찬 자신의 일상을 보람과 기대 속에 버티게해주는 위로와 응원인 줄 알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정립된 철학이 있다. 하지만, 성공의 조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태도”라는 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뿌리박고 있다. 그럼 마더링에서 어떤 양육/교육과 관련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이런 태도가 가능해질까? 그중 한 가지를 나는 "Progressive nowism” (‘진보적 현재주의’이라 번역해 본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뤄 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