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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진 Jean Seo Oct 21. 2023

'현실'에 뿌리박은 '미래'를 사는 엄마


지난 글에서 농부가 '이로운 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처럼 자녀의 시간을 기다리는 마더링에 대해 나누었다. 자신의 노력과는 관계없는 비를 기다리는 농부가 풍년을 기다리며 매일을 경작하 듯, 엄마가 ‘자식농사’에서의 ‘풍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농부가 농경기에 매일하는 일상처럼,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가 이른 비나 장맛비나 늦은 비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씨앗도 사두지 않고 저수지도 정비하지 않고 추수할 일꾼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비가 내리는 것도 헛된 축복일 뿐일 것이다. 교육과 양육에 있어서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Now)’이야말로 한 사람의 삶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육에서는 목전에 있는 것과 흥미를 보이는 것에만 매진하도록 두는 것 아니라, 미래의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지금 '차근차근히' 성찰하고 준비하도록 하는 마더링태도가 중요하다. 결국, 또 균형이다. 이상적인 마더링과 교육이 추구하는 목적은 우선 현재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동시에 진보적인 이상과 가치와 일치하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촉진하려는 균형을 찾으려는 것이다. 이를 마더링과 관련해 생각해 보고자 하는 개념은, 'Progressive Nowism'(전진적인 성향의 현재주의라고 번역해 본다)이다.

 




'나우이즘'(Nowism)은 현재 순간을 살아가며, 미래 계획을 위해서 만족을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문화적, 철학적 개념이다. 그래서 이것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현재의 기회와 즐거움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개인들에게 격려한다. 미래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거나 과거를 걱정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나우이즘'의 비판자들은 이것이 장기적인 계획과 미래의 웰빙보다 단기적인 쾌락을 우선시할 수 있어 미래 계획과 책임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나우이즘'은 어떤 면에서는 미래를 계획하는 것에 덜 중점을 둔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여 현재를 가능한 한 완전하게 사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그래서 잠재적으로 근시안적이다. 사실, 이처럼 현재 순간을 즐기는 이점과 미래 계획의 필요성 사이의 균형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면한 어려움이기도 하다. 

 



'Progressive Nowism'(전진적 현재주의)는 ‘진보적인 사고’와 ‘현재주의’ 개념을 결합한 것으로,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현재 순간을 살아가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사회나 정치적 진보의 맥락에서 'Progressive Nowism'(전진적인 성향의 현재주의)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현재의 도전과 기회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개인과 커뮤니티에게 현재 급박한 문제를 해결하되, 전통적이거나 보수적인 접근만 의존하지 말고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도록 권장한다. 이 접근 방식은 사회적인 규범, 기술, 가치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대처하도록 촉구한다. 그래서 'Progressive Nowism'(전진적 현재주의)는 사회 정의, 환경주의 및 포용성과 다양성에 집중하는 철학의 일부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래서 행위와 결정이 미래에 끼치는 영향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지금’의 삶을 사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현재 상황에서 최적의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려고 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최적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더 긴 시간과 공간에 걸쳐볼 때, 최적화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사고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Progressive Nowism'(전진적 현재주의)이다. 


 




지금(Now)'의 범위를 ‘현재’로 좁히는 것은 경험과 관점의 범주를 줄이는 것과 같다. 한편, '점진적/진보적’ (progressive)의 의미로 현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삶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 더 좁을수록 더 적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더 넓은 범위는 더 많은 정보와 함께 더 많은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와 '현실' (Now & Here)에 충실한 미래를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자녀양육에 적용해 정의한다면, 날마다의 마더링에 성실하지만, 자녀와 엄마 자신의 먼 미래(10년 뒤, 20년 뒤 등등)를 생각하는 결정과 다짐을 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에 뿌리박은 미래를 사는 마더링'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마더링은 ‘충실한 과정과 그에 상응하는 결과’라는 인과관계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일의 ‘루틴’에 강하지만, 그때그때의 감정에 요란스럽게 반응하지 않는 둔감함이 있다. 사소한 것에 호들갑스럽지 않다. 즉, 성실한 과정이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보편적 진리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자녀가 매일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힘든 현실의 학습과 성장의 과정에서 자녀에게 '꿈'과 '미래의 비전'을 놓치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인다. 






매일의 성실함을 생각하지 않고 '몽상'만 하는 아이에겐 그날그날의 충실한 'To-do-list'를 제공할 것이다. 때로는 다그치기도, 때로는 얼르기도 하면서 호들갑 떨지 않고 아이를 독려한다. 그러면서도 아이의 미래와 보이지 않는 가야 할 길에서 '북극성'처럼 방향성의 지향점을 잃지 않도록 마더링을 위한 엄마의 시선은 미래에 가있다. 자녀와 엄마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하다. 이러한 엄마의 철학과 삶은 자녀에게 좋은 본보기이다. 그래서, 이런 부모를 둔 자녀는 결과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편협한 자기주도성에 머물러 있지 않다. 현재의 노력과 과정에서 최선의 목표를 삼으려는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 'Progressive Nowism'(전진적 현재주의)의 양육의 과정과 자연스러운 결과는 엄마에게도 여유를 준다.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힘들었지만 나쁘지 않았다'라는 학령기 시기의 삶에 대한 추억을 선사한다. 이러한 마더링은 그래서 엄마가 자녀에게 선물로 주는 생기의 근원이다. 



Unsplash의 Dave Hoef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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