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기다리다'로 번역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뉘앙스 및 용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Wait’은 특정 사건이나 시간까지 행동을 미루거나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뜻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Wait for’는 구체적으로 누군가나 사물을 기다리고 있을 때, 기다리는 대상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waiting for my friend"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의 의미이다. 'Wait up' (깨어서 기다리다) 은 누군가가 늦게 돌아올 것으로 예상될 때 깨어 있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Wait around'는 특정 목적 없이 (그냥)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있다. 반면, ‘Wait in line/queue’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목적 있는 ‘기다림도 있다. 이처럼, 영어로 '기다리다'를 표현하는 몇 가지 일반적인 방법 중에서, 마더링과 연관하여 전달하려는 특정 유형의 ‘기다림’은 어떤 걸까? "Wait on"이다.
영어로 "wait on"은 "봉사하다"로 번역되는데, 이는 종종 서비스 지향적 맥락에서 누군가의 시중을 들거나 도움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나 웨이트리스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오고, 필요에 따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기다린다"의 의미이다. 한국어로 이 개념을 "돌봐 주다"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마더링의 맥락에서 누군가를 보살피거나 돌보는 것을 의미하겠다. 특히, 명시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없는데도, 아이의 필요를 예상하고 보살핌으로써 그 사람, 그게 '엄마'다. 즉, 아이는 명시적 요구할 필요도 없이, 엄마의 '먹여주기', '위로하기', '돌봐주기' 등을 기대한다. 자녀의 요구사항에 주의를 기울이고 반응하는 것, 자녀의 필요 사항을 적극적으로 충족함으로써 사랑과 보살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면에서 본질적으로 '기다리는 마더링'(Wait-on Mothering)이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 봐도, 마더링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관찰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러고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랑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기다릴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를 진실로 믿고 사랑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자녀를 기다리는 것’이다. 반면, 오늘날 이렇게 자녀를 기다리는 사랑을 하는 부모를 찾아보기는 너무나도 힘들다. 이러한 시대의 특징은 '기다리는 부모'로부터 '도망하려는 자녀'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녀들은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을 식전행사처럼 해치우려는 듯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러한 가정의 자녀와 부모는 함께 마음을 모으면 성공적이었을는지 모르는 일에서 조차도, ‘의도치 않게’ 곤란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적절한 대응을 적시에 하지 못하고 부모로서 ‘무능력’한 자신을 마주하는 비참한 상태에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은 행복한 관계를 세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함께 힘든 상황을 논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로 받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자녀를 '기다리는 마더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우선, 엄마의 비전이 아니라 자녀의 비전을 꿈꾸는 마더링이다. 초초해져서 기다림에 실패하는 이유는 엄마가 마더링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이 엄마 자신이 설정한 비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하루하루를 '둔감'하게 사는 엄마이다. 자녀의 비전을 이루는 것은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전략은 둔감한 엄마로서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둔감함’이란 것은, 나쁘다고 생각되기 쉽다. 둔감한 사람은 분명히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둔감력> 저자 와타나베 준이치는 의사였던 시절의 수많은 만남과 힘겨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잠재하고 있음을 풍부한 예를 통해 보여주었다. 저자는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 오늘을 사는 지혜가 '둔감력(鈍感力)'이다라는 주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의 책은 '둔감력'이라는 역발상으로 출간 당시, 100만 부이상이 팔렸고, 당시 ‘올해의 유행어’에서도 ‘둔감력’은 대상 후보 1순위였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게는 재능은 물론이고 그 밑바닥에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잠재한다. 둔감, 그것은 바로 본래의 재능을 더 크게 키우고 꽃 피우는 최대의 원동력이다.” 저자인 와타나베 준이치는 본서 제1장 ‘어떤 재능의 상실’ 중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더 나아가, 저자는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재능에만 달려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재능이 곧 성공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개인의 파워나 재능이 일률적으로 통용되는 곳이 아니며, 이러한 세계에서 필요한 게 바로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다라는 주장이다. 어느 정도의 재능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크게 갈고닦을 수 있는 것은 강하면서도 우직한 '둔감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둔감력'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책이다.
<둔감력>의 저자는 결코 예민하거나 날카로운 것만이 재능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함’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재능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둔감력이 바탕이 된 예민함, 순수함, 소박함, 진지함을 가진다면, 진정한 재능인으로 빛나게 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의미에서, ‘둔감’이야말로 자녀의 재능을 크게 키워주고 열매 맺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생각된다. 둔감한 훈육을 하는 엄마는, 자녀에게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녀가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자녀가 주저앉지 않고 다시 힘차게 나아가는 내면이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 줄 것이다. 이러한 '둔감력'은 엄마와 자녀의 마음에 여유로운 태도가 자리 잡게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현명한 엄마는 먼저 자녀에게 스스로의 꿈과 스스로의 의지를 요구한다. 그렇게 하면, 자녀는 모든 것을 부모와의 논의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자녀가 나중에 감당해야 할 일을 위하여 너무 미리 염려하지 말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다'라는 것은, 오늘의 괴로움이나 염려를 오늘 하루로 충분하다는 '둔감한 감각'을 유지하려는 양육의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둔감'하려는 부모는 자녀의 일을 대신 맡아 해결을 도모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일이 개입하여 완벽한 결과를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오히려, 매일의 일상에서 자녀와의 대화의 창구가 끊어져있는지를 살핀다.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태도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다. (교육현장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볼 때, 자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이러한 노력이 아이가 '자기주도학습'으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엄마의 자녀는 그날그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감당하면서도, 때때로의 적절한 엄마의 개입에 대해 반감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가지는 자녀에 대한 기대는 자녀의 먼 미래의 모습이다. 동시에, ‘북극성’ 같은 먼 자녀의 성공을 위한 엄마의 전략은 하루하루를 '둔감하게' 자녀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자녀를 기다리며 엄마는, 엄마가 눈으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 귀로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 마음으로 미처 상상하지도 못할 듯한 결과들을 자녀가 어느 사이에 이루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기다리는 엄마에게 자녀는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한 걸음씩 증명해 줄 것이다. <둔감력>의 저자는 마지막장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둔감력'의 으뜸이라고 강조한다. 인류 존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출산이라는 큰일을 해낼 수 있게 창조된 여성의 강인함으로 인류가 존속된다면, 그리고 뛰어난 둔감력을 가진 엄마들이 있는 한 인류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