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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완벽주의라는 가면

by 소리


새 해가 되거나, 요즘 같은 연말 즈음이면 특히 그렇다.

마음 속으로는 온갖 계획들로 만리장성이라도 쌓을 기세인데, 실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일들.


짠~하고 내놓을 근사한 성과를 떠올리면 당장 시작해도 부족할 판에 아예 시작조차 않거나, 시작했음에도 열렬히 달리지 못하는 일들을 보면 마음 한 켠이 불편해 진다.


그럴 때면 가장 쉬운 일이 적당한 핑계로 포기하거나 미루기 혹은 자책하기이다.

"내 능력 밖의 일인가?" "좀 더 최선을 다해야 했나?" ... 이런 자책.

"아, 알고보니 이건 내가 진짜 원하던 일이 아니었네..." ... 이런 핑계.

'조금 더,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하자" ''' ... 저런 핑계


어떤 경우든 성과는 미흡하다.

시작 한 일이든, 시작조차 못 한 일이든 마음 속은 실망과 초조, 불안으로 헝클어진다.



롭 다이얼이라는 작가가 쓴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라는 책에서 나는 이런 나의 행동 패턴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저자는 "변화의 감정 주기(Emotional Cycle of Change)"라는 이론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변화하려는 대상에 예외없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모든 게 흥분되고 신나는 '무지의 낙관주의'로 시작하나, 오래 지나지 않아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고 이것이 계속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만한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지식의 비관주의' 단계로 접어든다. 그 뒤에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결국 '절망의 골짜기'에 빠져든다. 이 지점에 도달한 사람들은 대부분 변화의 노력을 포기한다.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너무 요원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그래서 변화를 위한 또 다른 노력을 시작한다..... 챗바퀴 같은 주기를 반복한다.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p.63-64


누구나 처음에는 강한 의욕을 가지고 힘껏 출발한다. 새 해의 목표, 새로운 일의 시작, 도전의 출발점 등등에서 우리의 의지와 에너지는 이미 최고조이다.


그러나 점차 생각보다 '잘 안 되는' 현실에 봉착한다. 어렵네, 진도가 안 나가네, 변하는게 안 보이네, 남들은 이 정도까지 되던데 나는 영 기미조차 안 없네 등등... 일이 진행됨에 따라 멈추기 위한 변명거리는 점점 쌓여간다.


그러다 내 행동의 멈춤과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왔을 때, 우리는 그만 멈추어 버리고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여 그 상실감을 대체하곤 한다. 그러나 곧 이어 이 새로운 목표 또한 비슷한 사이클을 밟으며 멈추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행동이 불안을 이긴다'라는 말을 좀 더 뾰족하게 다듬어 생각해 본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행동의 지속력'이 불안을 이기는 것이 아닐까? 불안감은 활과 창처럼 늘 마음의 약한 부분을 찾아 공격하고, 다친 마음은 계속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불안감의 원인을 더 깊이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또 하나의 문제, '완벽주의'라는 본질이 있음을 본다.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핑계와 변명은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초라한 결과가 나 또한 초라하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그래서 차라리 결과없는 포기를 택하게 된다.


"완벽주의란 공포를 감추기 위해 덮어쓰는
가면일 뿐이다(p.250)"


내 속을 들켜버린듯 마음이 붉어진다 . 이어지는 진심어린 조언....


당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완벽함을 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꾸준한 발전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는 꾸준함이 완벽함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p.253).



꾸준함이 완벽함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는 저자의 단언은 행동하라는 직언보다 더욱 힘있게 내 속의 불안을 잠재워 주었다. 불안을 이길수 있는 나의 무기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불안할 틈도 없이 단박에 성공을 가져오는 마법같은 주문은 없다.


하기 싫은 날, 유독 힘이 드는 날 , 재미없거나 어려운 단계만 남은 날에도 그냥 묵묵히 그 자리에 출석하는 것.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꾸준히 내딛는 그 한걸음이 희망이다. '어제의 나보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내가 되려는 목표가 꿈에 이르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라 믿는다. 내가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는 한 실패도 없다.




♣ 북(Book)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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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롭 다이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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