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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Oct 22. 2024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10)데이빗김

<간략 시놉시스>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지구가 거꾸로 뒤집혔다. 거대한 혼돈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뉴욕에서 맞이하는 아침, 나는 그 꿈 때문에 당장 일어나 미국과 한국의 신문을 찾아 읽었다. 세상은 혼돈 그 자체. 혼돈에 뒤집힌 자동차, 부러져 떨어진 나뭇가지, 늘어진 브루클린 브리지 앞에서 나는 거꾸로 서있다. 어떤 혼돈들이 나를 휘감았고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잡으려 했다. 미국과 한국,  동시에 사건들이 벌어졌고 그 사건들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 그 연결고리는 마치 오페라 같다.  나는 그걸 찾아야만 한다.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없다는 세계의 혼돈, 그리고 미스터리,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 (룰루밀러)


고요하다.

난 총격소리를 듣고 크게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이곳은 어디일까?' 낯선 침대의 질감이 등에 닿았고 이내 처음 보는 둥근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으세요?"

한국인 간호사다.


길에 쓰러져 계셨는데 여기 뉴욕 한인 경찰이 병원에 데려다주셨어요.


뉴욕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경찰의 얼굴을 바라봤다. 짧은 투블럭 머리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며 어딘가 교포 같은 느낌이 드는 번지르한 피부결을 가진 남자다.

"어떻게 뉴욕에 계신가요?"

“유학생인가요?” “교포인가요?”

나는 그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그냥." "글 쓰러 왔어요."라고 대답해 버렸다.


"한국에서 왔어요?"

  네.

"서울?"

네.


"왜 갑자기 쓰러졌죠?"

"제가요?"

네.


이번엔 그가 짧은 네. 를 말했다.


성함이?


'한. 서. 희'

한서희? 그는 나의 이름을 따라 말했다. 그는 동양인의 작은 눈을 가졌지만, 백인들처럼 노랗게 탈색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두 뺨은 젊게 탄력이 있었다. 딱 벌어진 어깨는 듬직한 경찰을 하기에 어울려 보였다.


저는 데이빗 김이에요. 저는 뉴욕경찰입니다. 보다시피 한국계구요.  


네..


그는 이내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네?

그의 네. 는 네? 가 되었다.


"혹시, 지금 한국 서울역에 총기사건 3번째 사건이 발생했나요?"


"어떻게 알았죠?" 그는 크게 놀랐다.

그는 내가 자는 동안 한국에서는 세 번째 서울역 총기 사건이 났고 여전히 어린 소년의 범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해준다.


분명, 잠들어 있었는데 서희 씨가 어떻게 알죠? 그 사건은 한국에서 어제 일어난 일입니다

"한서희씨가 병원에 실려오고 9시간이나 잤다구요."

한국어로 말하는 통에 미국 간호사는 놀란 눈을 뜨며 지켜보다 나갔다.


'그게.'

지금 혹시 제 가방 못 봤어요? 거기에 제 맥북이 있어요.


나는 그의 앞에서 1924년 뉴욕타임스 뉴스를 검색했다.  


1924년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고아소년으로 추정되는 세 번째 총격사건 발생.
라틴계 관광객 18세 소녀 현장 즉사.


지금 한국도 혹시 18살 소녀가 죽었나요?


그의 작은 그의 눈이 커졌다.  

그는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다.

“어제, 그러니 서희씨가 쓰러졌을때쯤  서울역에 아주 작은 소년이 세번째 사건을 일으켰고 18세 소녀가 죽었어요”


그때, 누군가의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의 리듬이 정확한 그 묘한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온 병원을 울릴 만큼 발걸음 소리는 요란했다.

 그 고아 소년이다. 고아소년이 병원에 나타났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달리고 달린다. 스탑! 헤이보이! 하고 외치며 나는 소년을 따라갔다. 뛰어 뛰었다. 소년은 빨랐다.

그는 허깨비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내 뒤를 데이빗 김이 쫓아왔다.

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 나는 잡혀진 손목을 뿌리쳤다.


데이빗 김이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뭐 하는 거죠?"


나는 부릅뜬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 속에 내가 비춰 들어있었다.


"한서희 씨, 서울역 사건을 어떻게 알죠?"

그는 굉장히 놀란 눈빛을 비췄다.


나는 갈라진 입술의 피를 입술로 삼키며 그를 바라봤다.



1924년,

1924년요?

네.


"제가 1924년이 보인다면 믿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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