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게임 18_ 마음의 계절
어린 시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을 보냈던 공간이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녹슬어 있다.
양쪽에 툭 튀어나와 있는 사자머리 2개를 보았다.
놀러 나갈 때 기분이 좋으면,
이 사자도 웃고 있는 것처럼 상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자 두 마리,
입이 진짜 웃는 모양이다.
대문 밖에 붙어있는 사자 모양도 궁금해졌다.
확인해 보려고 대문을 잡았다.
.
.
차갑다.
안 열린다.
구신이 나가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다.
여전히 난 갇혀있다.
오른쪽 구석에 다 타버린 연탄과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있다.
겨울이다.
춥다.
한 장의 연탄을 감싸듯 그 위로 영상이 비치고 있다.
아날로그시계 화면이다.
12시 정각에 멈춰있다.
바닥은 빨갛다.
돌아서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쪽 부근만 그렇다.
겨울 김장이 끝난 건가?
아니면
.
.
핏자국인 건가?
확인하려고 앉으려는데,
갑자기 연탄 더미에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째깍, 째깍'
시계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향이 왼쪽이다.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알 수 없는 상황이 또 연출되고 있다.
대체 이 상황은 또 뭔지 모르겠다.
시간을 거슬러 집에 왔다는 건가?
추억을 둘러보라는 뜻으로 간주하고, 왼쪽으로 걸어갔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세 사람 정도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폭,
10걸음 정도 되는 길이다.
난 이 좁은 길을 앞마당이라 불렀다.
수도꼭지가 하나 있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큰 다라통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그 안을 보는데,
김장 배추가 아니라 물이 채워져 있다.
물을 휘저어보는데 따뜻하다.
그 물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햇빛이 비치고 있다.
여름 한 낮,
이 통에 물을 받고 발가벗고 들어가 놀았던 때가 생각난다.
그 뜨거웠던 한여름이 생각난다.
지나가는 동네 이모들 목소리가 담벼락 건너에서 들리면,
보이지도 않는데, 부끄럽다고 물속에 몸을 목까지 숨겼었다.
나를 숨기기 위해서 담벼락은 꼭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낮았나 싶다.
지금은 나를 숨기기에 더없이 낮아 보인다.
손에 물기 닦으며 왼쪽을 봤다.
불투명한 유리가 반이나 차지하는,
갈색 나무틀로 된 미닫이 문이다.
현관문이 자물쇠로 잠겨있다.
현관문 유리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안을 살펴봤다.
마루 위에 놓인 찬장, 냉장고... 등이 어렴풋이 보인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건물 외벽에 부엌으로 들어갈 수 있는 창문이 보인다.
저 작은 창문을 어떻게 들어갔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아쉽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
.
아무도 없다고 여긴 [ ]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 "후~우. 드디어 들어왔다. 하하하." ]
황급히 현관문 유리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안을 살펴봤다.
마루 위에 놓인 찬장, 냉장고... 등이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아무리 다시 봐도,
저 작은 창문을 들어갈 수가 없다.
아무리 구겨 넣어도 불가능하다.
들어갈 별다른 방법이 없어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무슨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아~, 머리가 아프다.
[ '흐읍. 뭐야 형이 다시 왔나?' 형도 결석인 거야? ]
분명히 안에서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아까 큰 폭발음 이후 머리도 귀도 아직 멍한 느낌이다.
몸살기도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