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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길치 편-도로주행 2수

도전해서 성공한다.

by 이별난 Jan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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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시험

20대 중반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기억을 꺼내본다. 대한민국 운전면허증을 두 손에 쥐기까지의 과정을 20년이 지난 지금 재해석하여본다.


1. 몸치 편- 장내기능시험

2. 길치 편- 도로주행시험

3. 인생 편- 마음변속시


2. 길치 편


도로주행시험 2수


도로주행 시험을 앞두고 친구의 기분은 더 좋아 보였다. 자신의 전공과목 아니던가. 도로주행 위주의 교육에 총력을 다했던 친구이다. 그는 이때를 위해 아껴두었던 교육을 꺼내든다. 갑자기 이제껏 한 적 없는 마인드교육을 진행한다. 역시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방식이다. 몸치인 난 더 이상 몸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좋았다. 가볍게만 생각했던 마지막 수업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수업


1교시-운전면허 시험의 목적 및 개요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해.


"시험은 네가 실제 교통상황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지 보는 거야.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하는데......(중략)...... 이게 시험의 목적이야."

(꾸벅꾸벅) 졸리다. 이거 만만치 않다. 그래도 운전대를 잡고 연습할 때는 졸리진 않았다.


2교시-감독관의 심리


네가 할지 말지가 중요해.


"시험 감독관이 중요하게 보는 건 이 점이야. 실제로 네가 운전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 말이야. 그래서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중략)...... 명심해."

(응 응) 어느 순간부터 뇌는 자동응답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 뇌를 많이 쓰면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끊어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을 끊어야 한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3교시-응시자의 자세


넌 할 수 있어. 자신감 가져.


"주행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중략)...... 감독관이 이런 질문하면 어떻게 할 거야?"

(지끈지끈)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제 질문까지 한다. 이 수업의 준비물은 두통약이었는지 모른다.

"자신감 가져.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후진도 없고 전진만 잘하면 되니까 연습한 대로만 하면 합격이야. 파이팅!"


몸을 쓰든 정신을 쓰든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렇게 친구와의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났다. 친구야 고생했다.


도전


드디어 주행시험 날이다. 연습을 얼마나 했던가. 나보다 먼저 시험을 보는 응시자가 운전석에 앉았다. 감독관과 나는 조수석에 함께 탔다. 내가 주행할 길을 눈으로 익히는 과정이다. 주행코스를 다 돌고 잠시 후 내가 출발할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내 차례이다. 자신 있었다. 기능시험을 12번 떨어져도 연습은 도로주행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가 느껴졌다. 이 순간을 위한 큰 그림의 교육이었나 싶을 정도이다. 생각보다 쉬웠다. 출발과 함께 합격이 확정된듯한 기분이었다.


1번째 기회


친구가 말했었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이다. 난 훌륭한 제자이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감독관에게 질문도 했다. "파란 불인 데 가도 되나요?"(미친) 그런데 이 어이없는 질문에 감독관은 대답을 해준다. "(후우) 가세요." 물론 1번째 한숨을 쉬긴 했지만 말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이제 남은 건 언덕에서 세 번 섰다가 가는 마지막 지점으로 가고 있었다. 평온했던 마음이 순간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 참을 달리다 도달한 곳은 본 적 없는 길이다. 이전 응시자 옆에 탔을 때 집중해서 경로를 보았지만 이곳은 기억 속에 없는 곳이다. 그러다 공터로 들어왔다. 난 왜 잘 가다가 공터를 들어온 것일까? 공터를 들어가는 순간까지 감독관은 왜 안 말렸을까? 너무 순식간이라 말릴 틈이 없던 걸까? 어처구니없어서 할 말을 잃은 걸까? 웃음을 참고 있던 걸까? 길치인 내게 길에서만큼은 논리적으로 안 풀리는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2번째 기회


감독관과 다음 응시자의 표정을 볼 여유가 없었지만 (후우)를 느낄 수 있었다. 난 감독관의 두 번째 한숨을 이끌어냈다. 이대로라면 난 차를 내려야 한다. 그때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실제 운전할 때 여러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보는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의 교육엔 무언가 있었나 보다. 그 순간에 그의 교육내용이 떠오른 거 보면 친구는 나에겐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난 감독관이 다음 행동을 하기 전에 내뱉었다. "길을 잘 못 들어왔습니다. 얼른 빼서 나가겠습니다."


후진기어의 필요성


친구야 누가 주행 때 후진기어가 필요 없다고 했던가. 난 후진기어를 몇 번을 사용해 차를 돌려 공터 입구로 다시 빠져나갔다. 감독관이 "OOO 씨 한 번만 더 실수하시면 불합격입니다."라 말했다. 바로 탈락 안 시킨 감독관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3번째 기회


주행 중 언덕에서 섰다가 가기가 3번 남았다. 이 3번만 통과하면 공터를 다녀왔어도 합격이다. 그러나 마지막 3번째 난 시동을 꺼뜨렸다. (후우) 감독관도 3번째 한숨을 쉬며 말없이 내리고 난 안전벨트를 풀었고 그와 자리를 바꿨다. 아쉬웠지만 뿌듯했다. 아쉬운 것은 공터에 도달했을 때 감독관과 다음 응시생의 표정을 못 본 것이다. 뿌듯한 것은 그래도 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가 모르던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로 길치인지 몰랐었다.


성공


다음 시험 때 무난히 합격하며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 오래 걸렸다. 그런데 오래 걸려도 해냈다.


직접 차를 운전하며 생기는 길치 에피소드가 제법 있다.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다닌 길이 돌아가는 길인 걸 알게 된 날. 그날까지 그 길을 7년을 운전해 다녔다. 외지로 상담을 가는데 남 IC로 들어가 북 IC로 나와서 국도를 가다가 고속도로를 다시 탄 날. 고속도로의 빠지는 길은 날 긴장시킨다. 내비게이션도 나를 답답해했을 것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차 찾기는 다반사다. 희한하다. 주차한 자리에 가면 차가 없다. 상담 후 인사하며 화장실문으로 나가려 할 때 흘렀던 묘한 분위기가 연출된 날. 그 순간 다 참아야 한다. 상대방은 웃음을 참아야 하고 나는 창피함을 참아야 한다. "어머님 아직 안 오셨나 봐요. 천천히 오세요."라며 자신 있는 배려 한 스푼 얹지만 전화통화하고 나서야  다른 아파트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


그리고 인생이란 길에서도 헤매었던 많은 날들.

오늘도 저마다 인생의 많은 길을 걷고 계실 많은 분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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