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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생 편-마음변속시험

누구나 황금마차의 주인이다.

by 이별난 Jan 12. 2024
운전면허시험

20대 중반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기억을 꺼내본다. 대한민국 운전면허증을 두 손에 쥐기까지의 과정을 20년이 지난 지금 재해석하여본다.


1. 몸치 편- 장내기능시험

2. 길치 편- 도로주행시험

3. 인생 편- 마음변속시


3. 인생 편


친구는 20년 전 내게 차도를 주행하는 방법을 몰입해서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는 20년 만에 못해 준 교육이 있었는지 내 마음에 다시 찾아왔다. 인도(인생의 길)를 주행하는 방법마저 알려주려 한다. 차도든 인도든 길이란 길은 다 가르쳐주고 싶나 보다. 지금 그는 내 앞에 없지만 나는 그와 함께 한다.


마음변속시험


전진

기어변속

마음을 알아차리자.


일단 하자. 2단-믿자. 3단-포기하지 말자. 4단-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5단-몸은 쓰면 발달한다. 고속주행-열정을 태워라. 몸치 편에서 배운 마음변속방법이었다. 운전을 할 때면 저속으로 가야 할 때도 있고 고속으로 가야 할 때도 있다. 인생에서도 그렇게 마음의 속도를 잘 제어하며 전진하려 한다. 나를 믿고 몸과 마음이 습관이 될 때까지 일단 하자. 포기하지 말자. 내 마음이 몇 단 기어인지 알아차리자.


후진

후진으로 가속을 하다.

후진가속은 위험하다.


난 후진을 인생에서 후퇴의 개념으로 사용할 때가 많았다. 후진으로 가속페달까지 밟아 최고속력을 냈다. 결국 현실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출구를 찾으려 애쓰지만 출구가 없었다. 너무 멀리 와서 입구조차 찾을 수 없는 채 길을 잃었었다. 그로 인해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뱅뱅이 타듯 돌고 돌았다. 운전할 때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후진으로 최고속력을 내지 않는다. 후진가속은 위험하다.


후진으로 방향을 잡다.

입구가 출구인 곳이 있다.


후진기어의 사용법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인생엔 이런저런 상황이 발생하고 결국 내가 할지 말지가 중요하다. 난 할 수 있어. 자신감 가지고 도전하자. 기회는 온다. 길치 편에서 배운 마음변속방법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칠 때가 많았고 기회를 잡는다 해도 금세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며 다시 놓쳤다. 나름 잘해보려고 발버둥 칠 때도 있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도착하면 출구 없는 공터일 때가 있었다. 이 공터를 빠져나오는 길은 후진으로 방향을 잡고 입구로 다시 돌아오면 되었다. 난 입구로 돌아가는 것이 후퇴이고 과거로 가는 줄 착각했다. 그리고 없는 출구를 찾아 해메였다. 그러나 돌아보니 입구가 출구인 곳이 많았다.


내가 서있는 길에 출구의 유무를 확인하자.

마음은 행동을 따라온다.


지금은 무엇을 하기 전 들어온 입구를 많이 기억하는 편이다. 나 같은 길치는 꼭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이다. 간혹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 지칠 때면 지치기 전 행동을 일단 한다. 나태해지면 나태하기 전 행동을 일단 한다. 그러면 마음이 행동을 따라 입구에 도착하곤 한다. 그렇게  빠져나와 다시 앞으로 전진을 한다. 때론 입구가 출구가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출구가 있는 길은 가면 된다. 보통 인생의 전진길인 거 같다. 그 길은 전진을 하면 출구에 도착할 수 있다. 저속주행이든 고속주행이든 괜찮다. 중요한 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이 속도를 몰입이라 부른다. 때론 아우토반에서 마음의 초고속주행을 하기도 한다.


끝나지 않을 시험


마음의 변속을 조금씩 연습해 왔다. 이제야 겨우 입구에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들고 있다. 마음변속시험은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시험이다. 늦은 만큼 더 배우고 익히며 연습을 많이 하려 한다. 이 연습에 평생 타게 될, 인생의 길을 주행하게 될 차도 있다. 나는 이 차를 마차(마음의 차)라 부른다.


탑승

마음에 시동을 건다.


수십 년을 탔던 이 차가 오늘따라 명품카처럼 느껴진다. 예전엔 볼품없어 보였고 폐차하고만 싶었던 이 차는 이젠 나의 소중한 애마이다.


행마법

행운행복은 가까이 있다.


마차를 끄는 말 두 마리가 있다. 이 두 마리 말은 예전에 보이지도 않던 말들이다. 이 말들의 이름은 행운과 행복이다. 나만은 피해 다닌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행운과 행복은 정작 내가 폐차하고 싶었던 마차마저도 끌어주려 했었단 걸 느낀다. 난 후진가속을 해왔다. 말은 내가 아는 선에선 뒤로 달리지 않는다. 그로 인해 이 말들과 나는 멀어졌었다.

"행마법을 알아야 한다." 반상을 사이에 두고 바둑을 둘 때 아버지는 말했다. 의 말대로 이 두 마리의 말을 움직이는 법도 배우고 있다. 행운행복의 행마법 역시 나에게 달려있다.


출발

당신은 황금마차의 주인이다.


누구나 마차(마음의 차)의 주인이다. 우린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없는 명품카의 소유자들이다. 초라해 보였던 신데렐라의 황금마차는 운이 아니라 이미 그녀의 마음이었던 건 아닐까.


내 겉모습과 상관없이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었던 나의 스파르타 친구. 어머니는 학교 때부터 항상 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사막에 내놔도 살 사람이야. 좀 배워라." 강인한 생명력을 갖춘 스파르타 친구. 유난히도 속도를 즐기던 너의 인생에 안전한 아우토반이 펼쳐지길...... 험난했던 너의 삶에 축복이 가득하길...... 고생했다.




-번외 편-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지방 방문수업 교사에겐 차가 거의 필수이다. 그러나 차 없이 버스를 타며 다니시는 대단한 분이 입사했다. 그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벌써 1년을 그렇게 생활하고 있었다. 드디어 차를 살 계획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운전연습을 알려주고 싶었다. "선생님 잠깐 운전 연습하러 가시죠." 난 친구에게 배운 대로 일단 운전대를 일단 맡겼다. 선뜻 대범한 척 맡기긴 했지만 사실 난 차를 들이박을까 불안했다. 그때 느꼈다.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차라리 스틱기어차량처럼 시동이 꺼져서 차가 멈추었던 것이 낫다. 내 차는 오토차량이었는데 과장해서 말하면 덜컹덜컹 디스코 팡팡 같았다. 슬슬 답답함이 올라온다. (후우) 아뿔싸! 나도 모르게 뱉어버렸다. 예전 도로주행 때 길을 잘못 들어 공터로 갔었다. 그때 시험 감독관의 들릴 듯 말듯한 한숨을 난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종류의 한숨을 내가 뱉어버렸다. 그때 느꼈다. 감독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다음 일정들이 있어 첫날 연습을 마무리하였다. 사과할 타이밍을 놓쳤었다. "고생하셨어요. 처음부터 누가 잘하겠어요. 다음 수업 어디죠? 모셔다 드릴게요." 이 불편한 분위기 어쩌란 말인가. 며칠이 지났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더 친절하려 했다. "잠깐 여유 있는데 운전 연습 가실래요?" 자신 있던 첫날과 달리 조심스러워졌다. 그래도 내가 시작했는데 어떻게 멈출 수가 있겠는가. 두 번째 연습을 제안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 죄송한데. 저 운전면허학원등록했어요."


당신의 주행에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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