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우리 약국 최고령의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았다. 싫다는 내 손에 만원 한 장을 쥐어주며 고맙다고 연신 감사의 표시를 한다. 형편도 어려운 할머니가 주는 돈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과 어르신이 주는 성의니 받는 게 예의라는 마음이 갈등을 한다. 결국 고맙게 받기로 했다.
할머니는 키가 아주 작고 몸피가 왜소한 독거노인이다. 가족도 없이 홀로 그 긴 세월을 살아낸 강건하고 똑똑한 할머니다. 나라에서 의료보호 혜택을 주기는 하지만 병원과 약국을 보호자 없이 홀로 와서 늘 짠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약국에 들어서는 할머니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옆병원이 열흘간 휴진이라 당신이 먹는 약을 어찌 처방받아야 하는지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난 기존 처방 명세서를 들고 할머니를 또 다른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간호사에게 할머니의 주민번호와 기존 처방전을 보여주고 감기약도 필요하다고 했다. 간호사에게 할머니를 인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약국에 왔다.
병원에 다녀온 할머니가 고맙다며 음료수 사 마시라고 용돈을 준 것이다. 마냥 거부하는 내게 노인의 정성을 무시하지 말라며 간곡히 쥐어주셨다.
부자에게 만원 한 장의 가치는 푼돈일 것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져 이젠 점심 한 끼 사 먹으려 해도 충분치 않은 액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나랏돈으로 사는 할머니에게 만원은 크나큰 거금인 것이다. 당연히 할 일을 한 내게 고맙다며 생활비로 써야 할 돈을 내게 용돈으로 주신 것이다.
돈이 다 똑같은 돈이 아님을,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 돈을 내 마음 보관함에 꾹꾹 눌러 담았다.
할머니, 부디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