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진 Oct 01. 2023

사랑이 비처럼

치유의 숲

'사랑이 비처럼 온 세상에 내린다면'


하늘도 가끔 외로워서 운다. 한줄기 빗줄기가 잣나무 숲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일자. 

숲이 일렁이고 빗줄기는 굵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잣나무 숲을 산책하는 행운을 얻었다. 

멀리서 섬광이 검은 구름에서 내려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대지를 떨게 하는 날카로운 굉음이 쏟아졌다. 마치 천지창조의 날처럼 하늘은 그렇게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의 심연은 더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침묵은 말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소란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빛이 들어오자 어둠이 사라지듯이.


 


사실은 비 내리는 숲이 더 고요하다. 새들과 곤충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 비가 대지의 깊은 곳까지 적시듯, 사랑도 비처럼 내린다면 세상은 보다 아름다워지리라. 슬픔에 몸서리치고 있는 사람에게도, 고통으로 어금니가 부서져 내린 사람에게도, 죽을 자리를 찾는 늙은 코끼리에게도, 투기하는 마음이 미움을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도, 남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독점하려는 사람에게도, 차별 없는 사랑이 뿌려진다면 세상은 한 송이 장미처럼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돋보이려고 나서지 않아도 아름답게 빛나게 될 것이다.




예수는 말했다. 

"어찌하여 다른 사람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가?"


우리 속담에도 같은 말이 있다. '남의 눈에 티끌만 보았지, 제 눈의 들보는 못 본다'는 세상의 행태를 꼬집는 속담이다. 

예수가 살던 시대에도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중상모략이 행행 하였나 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나와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이 '예수'나 '붓다'처럼 성자이기를 바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말과 행동을 하면서 살았다. 내 눈의 대들보가 눈을 멀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의 실패와 고통과 슬픔을 보고 상대적으로 우월해지는 마음이 작동할 때가 있다. 

이처럼 에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월해지려는 마음을 가동하면서 강화된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