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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상안내자 지후 Oct 22. 2023

과거와 현재의 충돌, 그리고 연결

대기업 퇴사 후 명상선생님이 되었다고요?


명상선생님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 나는 나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상당히 크게 느꼈다. 내가 하던 업무의 빠른 속도감, 트렌드함, 제품의 매력도를 극대화시켜 보여줘야 하는 전적으로 '바깥쪽'에 시선을 두고 있던 그 일과 현재에 머물면서 고요 속에 침전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내 안으로' 온전히 시선이 머무는 이 일 사이에 상당히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느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내 안의 간극 때문인지 명상 강의를 시작하던 초반에 나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한동안은 함께 일하던 예전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들의 일상이야기를 들으면 스트레스 상황에 이입하게 되거나 힘들었던 예전의 감정이 소환되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솔직히 이야기하면 가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저 모습이 지금 내가 있어야 할 모습이 아닌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 의문이 들때도 있었다. 물론 약간의 혼란을 지나면 늘 다시 이 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었지만 초반엔 분명 그랬다. 그리고 명상안내자로 나설 때는 내가 아주 트렌디하고 치열한 업종에서 일하던 전적이 혹시 나의 명상 전문성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진 않을지 우려가 되어 밝히고 싶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내 안에 함께 흐르게 두면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과거도 현재도 또 오지 않은 미래의 나의 모습도 모두 내가 아닌가. 그때쯤 예전 동료를 만나도 현재의 나는 흔들리지 않았으며, 현재의 누군가가 나의 과거를 언급해도 당당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변화된 삶이 마음에 들었다. 느슨하고 힘이 빠진 일상이 주는 여유를 즐겼다. 무언가를 강력하게 갈구하지 않아도 인생이 흘러가는 광경에 매료되었다. 유유자적 흘러가던 일상에 두둥실 떠 있던 나는 여기에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만족스러운 일상에 어떤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것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이자 친구가 일하는 현장을 가게 되면서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 현장은 소위 럭셔리 브랜드의 행사장이었다. 현존하는 힙스터들이 모두 모인 것 같은 그곳에서 나는 예전에 내가 하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고 어색한 느낌을 숨길 수 없었다. 그 느낌을 잘 관찰해 보니 그것은 희미한 그리움이었다. 명상선생님이 된 이후로 조금 흐려진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던 그때의 나의 마음을 나는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삶을 과거로 돌려놓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때 나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던 전투력을 되찾고 싶은 것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상에서 허전함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무언가를 도모하려고 하거나 열중하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깊게 확인하게 되었다. 예전의 화력을 뿜뿜 뽐내던 나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지 한 번씩 생각해 보곤 했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더 흐르자 나는 내가 그리워하던 과거의 나를 조금씩 다시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친구가 일하는 행사장에 가면 두둥두둥하는 비트에 마음이 설레고 파티를 즐기는 무리에서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장내를 호령하듯 행사장을 누비며 일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나도 의지가 타오르듯 마음이 동했다. 예전엔 이런 마음이 되살아 나면 현재의 나의 평온함이 깨질까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지만 더 이상 예전의 나의 모습을 조우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 행사 다음 날 나는 새하얀 옷을 입고 앉아 명상 수업을 했다. 명상 수업을 하는 평온한 시간과 내 안에 느껴지는 생동감을 진심으로 즐겼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하는 일에 더 큰 동력을 느꼈다. 명상 강의를 하는 것에 더욱 열중했고 공부에 대한 의지도 샘솟았다. 예전의 화력이 샘솟더라도 지금의 일상이 주는 고요함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 심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나는 내 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수용하고 통합해 나가게 된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설정했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간극을 넘나들게 되면서 큰 자유를 느꼈다. 어느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인생의 또 하나의 챕터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돌아보면 이 과정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시작되었고 여기엔 큰 용기와 지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과거의 나로 만난 인연들이 변화된 현재의 나를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며 그 연이 더욱 향기롭게 이어져 나가고 있는 것은 나에게 견고한 지지와 단단한 용기를 주었다. 늘 그렇듯 혼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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